매일신문

[박종호의 친절한 오페라] 오페라를 소재로 만든 영화들

지난번에 살펴보았듯이 이제 영화를 보면서 오페라 아리아를 듣는 일은 다반사가 되어버렸다. 많은 영화 속에 오페라 아리아를 집어넣고 있으니,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영화에서 오페라를 듣고 있는 것이다. 이제 오페라하우스에서보다도 영화를 통하여 오페라를 접하는 일이 더욱 많아졌으니, 오페라와 영화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영화 자체를 오페라를 소재로 하여 만든 것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히트한 영화 '귀여운 여인'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거의 그대로 패러디한 것이다. 이 영화 속에는 리처드 기어가 줄리아 로버츠를 비행기에 태우고 오페라하우스에 데려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이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이다. 오페라를 보던 로버츠는 극중의 여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펑펑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기어가 그녀의 집으로 찾아올 때 울려 퍼지는 노래가 그 오페라의 가장 감동적인 클라이맥스인 '나를 사랑해 주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인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 '문 스트럭'에 나오는 두 주인공 니콜라스 케이지와 쉐어는 바로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의 가련한 두 주인공과 다름아니다. 극중에서 낙담한 장애인인 케이지는 오페라 마니아인데 그의 소원은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라 보엠'을 보는 것이다. 이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 내내 '라 보엠'의 아리아들이 극장을 채운다.

또 영화 '리플리'에서 맷 데이먼은 친구의 모든 것을 차지하기 위해 그를 죽일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가 오페라하우스에 갔을 때 공연되는 것은 차이코프스키 '예프게니 오네긴' 중의 '결투 장면'이다. 그것 역시 친구 간의 살해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설원 위에 낭자한 유혈의 오페라 무대는 영화의 극적 효과를 배가시킨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로베르토 베르니니가 사랑하는 여자를 보러 오페라하우스에 가는데, 거기서 연주되는 것이 오펜바흐 '호프만의 이야기' 중의 '뱃노래'이다. 또 클라우스 킨스키의 광적인 연기로 유명한 '피츠카랄도'는 오페라광(狂)의 이야기인 만큼 여러 아리아들이 나오지만, 마지막에 오페라단 하나를 다 사서 배 위에서 혼자서 감상하는 감동적인 장면에는 벨리니의 걸작 '청교도' 중의 '그대에서 사랑을'이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며 흐르게 한다. 또한 '제5원소'의 미래 우주공간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는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광란의 장면'이며, '디바'에서 주인공이 연주하는 것은 카탈라니 '라 왈리' 중의 '나는 멀리 떠나네'다.

그 외에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는 벨리니 '노르마' 중의 '정결한 여신'과 생상 '삼손과 델릴라' 중의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가 깔리면서 잔잔한 분위기의 감동을 더했으며,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는 드보르자크 '루살카'의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가 흐른다. '전망 좋은 방'에는 푸치니 '잔니 스키키'의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나의 왼발'에는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의 '사랑의 산들바람은'이, '스웨프트 어웨이'에는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아리아 '지난날이여 안녕'이 결정적인 대목에서 흐른다. '성난 황소'에서 처음 자막이 나가는 동안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이 연주되며, '대부'에는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여러 곡들이 요소요소에 나와 마피아의 분위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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