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이야기] 상하이협력기구

시장바닥에 노점을 깔아도 뒤 봐주는 주먹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올림픽같이 먹을거리 볼거리가 많은 잔치라면 재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나 '테러'라는 무시무시한 용어가 지구촌의 유행어로 등장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큰일 앞둔 중국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닐 게다. 분명 테러의 위협도 막고, 미국의 질투도 막고, 국내 분란도 막을 수 있는 든든한 바람막이 하나쯤은 준비했을 게다. 무엇일까?

생소한 이름이지만 바로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고 중앙아시아 4개국이 참가한 상하이협력기구는 처음 공식화된 시점으로 따진다면 벌써 12세나 되었다. 계기가 된 것은 냉전 종결 후의 국경획정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함이었는데 만남이 거듭되면서 상하이5기제로 공식화된다.(1996년) 군축 및 국경지역에 대한 군사적 상호신뢰에 합의하였고, 경제, 사회, 문화 분야로 협력영역을 확대했다. 9·11테러가 나기 직전인 2001년 6월, 기존 회원국(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에 우즈베키스탄이 참여하면서 상하이협력기구로 전환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자주 만나게 되면 정이 생기는 것은 개인이나 국가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중국이 상하이협력기구를 믿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상하이협력기구가 중국도시이름을 딴 최초의 국제조직이고 본부가 중국영내에 설립되었다는 점이다. 규모면에서도 세계최대의 지역기구이다. 회원국이 점유한 영역을 보면 유럽-아시아대륙면적의 5분의 3(3천18.93㎢)이 넘으며, 인구도 15억에 육박한다. 여기에 준회원국인 인도, 파키스탄, 이란, 몽골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아시아대륙 심장부 대부분을 포괄하는 규모다. 인도의 10억 인구를 고려하면 세계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상하이협력기구의 구성원이라 할 수 있다. 엄청난 잠재시장이다. 물론 유럽, 중동으로 통하는 길목인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치와 석유매장량, 러시아의 군사력도 훌륭한 조건이다.

중국의 또 다른 믿음은 상하이협력기구가 테러리즘, 분열주의, 극단주의를 '3악(三惡)'으로 규정하고, 이들 척결을 공동목표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동돌궐독립문제, 티베트독립문제를 비롯한 각종 내부불안요인에 당면한 중국의 입장에서 유효한 대응기제가 된다. 특히 세계주요 테러조직의 다수가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며, 그들이 중앙아시아 및 신장-위구르지역을 통해 중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들의 협력과 공동대응은 필수적이다. 그 때문에 올림픽을 준비하는 중국으로서는 상하이협력기구가 든든한 바람막이인 셈이다.

중국이 상하이협력기구에 의지하는 진짜 이유는 가장 무서운 적, 미국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이다. 만약 다시 냉전적 편 가르기를 한다면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필적할 유일의 안보기구가 상하이협력기구이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인도와 이란의 결합, 의미심장하다. 표면적으로는 적을 설정하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안보기구라고 선전하지만 과연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북한이 미련 없이 영변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믿을 구석이 생겼기 때문이다. 북한의 생존을 보장해줄 그 무엇, 바로 상하이협력기구이다.

상대적 소외감, 최근 우리의 우방은 무책임하게도 우리땅 독도를 리앙쿠르 암이라고 뱉어버렸다. 그것도 배타적경제수역(EEZ)을 가지지 못하도록 섬(islands)이 아닌 암초(rocks)라고 격하했다. 반복된 실수는 고의이다. 도가 지나칠수록 우리의 선택도 자유로울 수 있다. 국가이익이 가치 중심이 된 세상에서 우리만 냉전적 피아구별에 얽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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