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GPS때문에 등댓불이 꺼진다고?

여름 휴가 바닷가 풍경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등대다. 빨갛게 혹은 하얗게, 방파제 끝에 들어선 등대는 인기 만점의 기념 촬영 대상이기도 하다. 등대의 가장 큰 목적은 선박들의 안전한 운항을 돕는 것. 요즘에는 GPS(위성항법장치) 같은 다양한 전자장비가 안전 운항을 돕고 있지만 등대는 뱃사람들에게 여전히 반갑고 소중한 길잡이다. 등대에 관해 궁금한 것들을 정리해봤다.

◆GPS 시대에도 안전 운항 책임

등대(lighthouse)는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고시에 따라 설치하는 항로표지(선박의 위치를 결정하고 나침반 침 방향이 바뀌는 등의 조건을 보조하는 시설) 가운데 광파표지(야간에 등불을 이용해 그 위치를 표시)의 하나다. 등대를 통해 선박 운항자는 육지의 소재, 원근, 위험한 곳 등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요즘 웬만한 선박에는 GPS나 위성항법보정시스템(DGPS) 같은 첨단 항법장치가 설치돼 있어 등대의 의미가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등대의 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포항지방해양항만청의 박황훈 해안교통시설과 과장은 "(D)GPS는 선박의 위치만 정확하게 파악해 주는 항해장비의 하나로 등대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야간 운항 때 주위 불빛이 거의 없고 다른 선박과 충돌 위험도 있는 상황에서 등대의 역할은 여전히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개가 많이 끼었을 때는 등대는 음파표지로 위치를 알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41기의 유인등대와 802기(사유시설 139기 제외)의 무인등대가 있다. 경북 동해안에는 7기의 유인등대와 72기(사유시설 2기)의 무인등대가 있다. 독도등대는 1954년 8월 처음 점등될 때는 무인등대였지만 1998년 12월 유인등대로 바뀌었다. 1972년 12월에는 한국 최초로 태양전지가 이곳에 설치됐다. 133만㏅(칸델라·광도 단위)의 불빛은 약 40㎞ 떨어진 해상에서도 볼 수 있다. 독도 등대는 동해안과 남해안 어선들은 물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북한에서 한국이나 태평양으로 오가는 선박들에게도 중요하다.

◆등대 색깔에도 숨은 뜻이 있다

유인등대는 먼바다에서 연안으로 들어오는 배가 가장 먼저 보이는 지점에 설치한다. 항해의 목표물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항해에 위험한 곳에 주로 위치하며 가시권도 넓다. 무인등대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연안에 설치한다. 암초나 방파제를 피해 안전하게 입·출항할 수 있도록 선박을 세밀하게 조작하는 데 도움을 준다.

등대 색깔도 하나의 신호다. 먼 거리에서 식별이 필요한 유인등대나 산 위에 설치된 무인등대는 흰색(야간엔 백색등)이다. 방파제 등대는 입항할 때 기준으로 왼쪽은 흰색(녹색등), 오른쪽은 빨간색(적색등)이다. 좁은 공간을 운항할 때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상의 신호등이라고 보면 된다.

광원으로는 백열전구 등의 전등이 쓰인다. 최근에는 고성능 방전램프의 사용이 늘고 있다. 불빛을 밝히는 등명기(燈明機) 전원은 상용전력 연결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오지에 위치한 대부분의 등대는 상용전력이 없기에 기본적으로 축전지와 태양전지판이 설치돼 있다. 호미곶등대는 12초에 한 번씩, 후포등대는 20초에 한번씩 깜빡인다.

◆'거룩하고 아름다운' 등대지기

전국 41기의 유인등대에서 근무하는 등대원은 모두 155명이다. 경북 동해안엔 23명이 있다. 기능직 공무원인 등대원은 부산과 포항 등을 포함한 11개 지방해양항만청 소속이다. 보통 한곳에 3명이 8시간씩 교대근무를 한다. 독도등대의 경우 6명의 등대원이 2개조로 편성돼 1개월 단위로 교대근무를 한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50일 넘게 교대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비상식량이 바닥나기도 한다.

대부분 근무지가 섬이나 오지이다 보니 등대원들은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기러기 아빠'가 되면 외로움이 가장 큰 적이다. 동해안 뱃길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이 아니라면 쉽게 견뎌내기 힘든 고된 직업. 그래도 "거의 대부분의 등대원이 정년(현재 만 60세)을 채운다"는 것이 포항지방해양항만청의 설명이다.

요즘엔 등대체험 프로그램으로 인해 일반인도 등대원의 삶을 체험해 볼 수 있다. 2000년부터 전국 주요 유인등대 4개소에 개방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 가덕도등대(051-609-6801,3), 여수 거문도등대(061-650-6093), 울기등대·간절곶등대(052-228-5611~3) 등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세계 최초 '파로스 등대'

역사에 기록된 가장 오래된 등대는 기원전 3세기 고대 알렉산드리아 파로스섬에 세워진 '파로스 등대'다. 대부분 대리석으로 지어진 빌딩 형태였는데 높이가 120m에 이르렀다. 원통형의 꼭대기층에서 불을 지폈다. 램프 뒤에 설치한 거대한 반사용 거울에 비친 빛이 밤에는 약 50㎞ 밖에까지 비쳤다고 한다. 1천600년 동안 선원들의 길잡이가 됐으나 지진으로 파괴됐다. 세계 고대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다.

한국 최초의 등대는 1903년 6월 인천시 팔미도 꼭대기(해발 71m)에 들어선 높이 7.9m, 지름 약 2m의 '팔미도 등대'다. 대한제국의 자의보다는 일본의 강권에 의해 들어섰다. 6·25 전쟁 당시 켈로부대(대북첩보부대) 대원들이 이를 탈환해 1950년 9월 15일 0시쯤 불을 밝혀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기여했다. 2003년 6월 등대 100주년을 앞두고 높이(23.6m)와 성능이 향상된 새 등대가 들어서면서 해양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영구보관하게 됐다.

■아름다운 등대 16경(국토해양부 2007년 10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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