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도심 한가운데서 현금 수송 차량이 강탈당한다.
범인은 현직 형사의 이름을 사칭하고 현장에 나타나 유유히 18억원이 든 차량을 끌고 가 버린다. 그 시간 백성찬 반장(한석규)은 잡아도 끝이 없는 형사 직업에 환멸을 느끼고, '완전박멸'하는 방역업체에서 새 출발을 하려고 한다. 그때 대낮 절도범이 자신을 사칭했다는 사실을 알고, 사표를 철회한다.
백 반장은 MBA 출신의 엘리트 안현민(차승원)을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안현민은 백 반장을 놀리듯 대낮의 제주 공항에서 600kg의 금괴를 가로챈다. 피해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업가 김현태(송영창). 안현민은 그에게 무슨 원한이 있을까.
한석규와 차승원을 투톱으로 내 세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형사와 범인의 밀고 당기는 퍼즐게임을 노린 액션영화다.
보기 드물게 이 영화의 감독은 두명이다. 당초 '우리형'을 만들었던 안권태 감독이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제작 중단과 감독 교체라는 해프닝이 벌어진 끝에 감독 크레딧에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추가됐다. 그 사이 갖가지 추문도 돌았다.
우여곡절 끝에 선보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여름용 액션 스릴러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두 흥행 배우의 선과 악의 맞대결에 도심에서 펼쳐지는 카 체이스, 그 속에 파고드는 두뇌 게임이 액션과 스릴러를 버무린 '납량' 스타일이다. 1천500개의 생수통이 길거리에 쏟아지는 추격전과 함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틈틈이 화면을 분할해 두 주인공을 앉히는 화면효과도 노린다. 게이 마담 안토니오(이병준)까지 등장해 웃음을 주입하려고 한다.
아주 똑똑한 범인이 복수를 위해 완전범죄를 꾸미고 이 체스판에 형사를 끌어들인다. 자신이 체스판의 말이라는 것을 간파한 형사는 역공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범인의 덫에 걸린다. 그러면서 둘은 묘한 동질성을 느낀다.
매력적인 소재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의 맞대결이 일품이었던 '히트'가 느껴지고, 죽음을 초월한 조직원들과의 연대는 '오션스 일레븐'이나 '이탈리안 잡'과 같은 영화들이 떠올려진다.
그러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세공되지 않은 티가 역력하다.
제목은 냉혹한 복수의 법칙을 말하지만, 영화는 전혀 냉혹하거나 철두철미하지 않다. 이야기는 단조롭고, 설명적이며, 예측 가능한 결말로 치닫고, 결말 또한 예상했던 대로다. 관객과의 두뇌싸움은 도외시하고 두 주인공의 상황들만 보여주며 쉽게 가려고 한다.
두 남자의 맞대결은 필연과 함께 늘 인간적 끌림을 동반한다.
서부영화 '3:10 투 유마'에서처럼 서로의 결핍이 보완되거나, '히트' 처럼 비록 적이지만, 동지적 연대가 느껴져야 한다.
이 영화에서 안현민의 캐릭터는 매력적인 악인이다. 복수의 이유도 있고, 목숨을 걸고 조직원들을 지키려는 인간미도 있다. 그러나 백성찬과의 관계는 모호하다. 그를 선택한 것도 절실하지 않고, 둘의 관계가 발전해가는 것 또한 설명이 부족하다. 마초이즘 하나로 설명되기 어려운 일을 감독은 '남자들은 다 그래!'라는 식으로 밀어붙인다.
한석규는 부하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다가, 막히면 상욕을 하는 식의 성격 분열적 형사를 연기한다. 안토니오를 심문하면서 그의 간드러진 말투를 흉내 낸다거나, 김현태를 만나서 능글맞은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성격을 드러내지만 '연기를 한다'를 사실만 잘 보여줄 뿐이다.
송영창과 이병준 등 배우들의 무게감에 비해 표출되는 양은 얼마 되지 않아 보이고, 그나마 잘 녹여들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좋지도 않은 놈, 나쁘지도 않은 놈이 이상한 놈과 맞붙어 싸우는 어정쩡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 좋은 영화가 가져야 할 세가지 조건을 피력한 적이 있다. 그 세가지는 '좋은 시나리오, 좋은 시나리오, 좋은 시나리오'였다. 101분. 15세 관람가.
PS. 도대체 복수가 몇조 몇항이야? 북한 인민군 출신 보디가드, 너는 왜 나왔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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