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편 사별 후 혼자 사는 맏며느리 시부모 부양의무 없다"

대구지법 "생계 같이하지않아 부양의무자 해당안돼"

남편을 여의고 시댁과 떨어져 혼자 살던 며느리가 시아버지로부터 부양료를 달라는 소송을 당했다면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을까, 없을까? 현행 민법은 배우자 한쪽이 사망할 경우 배우자 관계는 소멸한다 하더라도, 재혼전까지는 시아버지와의 인척관계는 유효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며느리에 대해 '부양의무자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대구지법 가정지원 차경환 판사는 1일 맏아들이 죽고난 뒤 다른 자식들이 부양을 거부하자 며느리 A(52)씨를 상대로 시아버지 K(71)씨가 낸 500만원의 부양료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차 판사는 판결문에서 "우리 민법은 혼인으로 발생한 직계혈족과의 인척관계는 배우자 사망 후에도 일단 그대로 유지되다가, 생존한 배우자가 재혼한 때에 비로소 종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전제 하에서 보면 A씨는 2004년 남편이 사망한 뒤 현재까지 재혼하지 않고 있으므로 K씨와의 인척관계는 그대로 유지돼 부양의무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차 판사는 "K씨는 현재 A씨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지 않으므로 결국 '생계를 같이 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친족간 부양의무를 인정한'것으로 해석되는 민법의 해당조항에 따라 부양의무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부양료 청구 기각 이유를 밝혔다.

한편 대구지법 한 관계자는 "아들·딸 등 직계혈족이 사망한 후에 그 배우자를 상대로 부양료를 청구한 경우에 하급심 심판례가 다소 엇갈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는데, 이번 판결은 이와 관련한 법리적 이유를 명백히 해 심판청구를 기각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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