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그가 먹는 것이다." 19세기 생리학자 야코프 몰레스코트(Jacob Moleschott)의 이 명언은 음미할수록 뜻이 깊어진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사람이 먹는 것에 의해 결정된다.
병에 걸린 소들의 모습이 방송된 뒤, 인간광우병에 대한 공포에 질려, 쇠고기를 먹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이 터무니없이 과장되었다는 사실은 언젠가는 모두 받아들일 터이다. 그러나 몸이 지닌 쇠고기에 대한 혐오는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몸이 거부하는 음식은 마음을 도사려도 먹을 수 없다.
아예 쇠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젊은 여인들은. 그리고 고기는 역시 쇠고기가 가장 좋다.
침팬지의 행태를 보면, 이 점이 뚜렷해진다. 침팬지는 잡식성이지만 자주 다른 동물들을 사냥해서 그 고기를 먹는다. 발정한 암컷이 나온 침팬지 무리는 이내 몸집이 작은 원숭이들을 사냥하러 나선다는 사실은 시사적이다.
대략 400만 년 전 침팬지와 갈라진 뒤, 사람은 고기를 더욱 많이 먹었다.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제대로 자라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사춘기의 소녀들과 가임기의 여인들은 고기를 잘 먹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선 고기 값이 유난히 비싸서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 고기를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사정도 가슴이 아픈데, 사실을 왜곡한 방송 때문에 아이들이 쇠고기를 먹지 못하는 상황은 어처구니없다. 가정과 학교가 함께 대처해야 하지만, 왜곡된 정보를 퍼뜨린 대중매체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올바른 정보를 펴는 것도 긴요하다.
근자에 나온 연구는 먹는 것에 의해 사람의 몸과 마음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오메가-3 지방산이, 특히 DHA(docosahexa enoic acid)가, 뇌에 좋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뇌세포막의 지방 성분 가운데 30%가량은 DHA로 이루어진다. 아울러, DHA는 뇌세포들의 연결 부위로서 학습과 기억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시냅스의 기능을 증진시킨다. 그래서 DHA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뇌의 건강을 지키는 데 긴요하다. 이번 연구는 DHA와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학습과 기억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우울증, 정신분열증, 치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문제(ADHD), 독서불능(dyslexia)과 같은 정신질환에 대한 저항력도 높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메가-3 지방산은 기름기 있는 생선들에 특히 많고 호두와 키위 과일에도 많다.
抗酸化物質(항산화물질)이 건강에 중요하고 노화를 막는다는 사실도 이미 널리 알려졌다. 새로 밝혀진 사실은 항산화물질이 뇌의 건강에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다. 뇌가 에너지를 유난히 많이 쓰고 뇌세포의 지방막이 산화물질에 아주 취약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polyphenol)은 뇌세포의 손상을 줄이고 학습과 기억 능력을 증진시켜서 알츠하이머병을 줄인다. 항산화물질은 채소와 과일에 많다. 쇠고기 요리와 잘 어울리는 적포도주엔 폴리페놀이 많다.
이제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새삼 가르쳐야 한다, 음식은 고루 먹어야 한다고. 밥 고기 생선 채소 과일이 고루 차려진 식탁은 건강한 사회의 바탕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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