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오늘로 65일이 지났지만 여야는 원구성조차 못한 채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다. 원구성이 안돼 공기업특위 등 특위 5개로 겨우 의정활동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긴 하나 이마저도 활동의 밀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여야 원내지도부가 오랜 진통 끝에 원구성에 합의했으나 새로 임명된 장관 인사청문회 방식에 대해 청와대가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원구성은 또다시 실패하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로 남탓만 하면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여당은 여당이 지녀야 할 정치력이나 리더십도 보여주지 못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국정의 동반자 대우를 요구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책임감은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여당, 덩치가 아깝다=한나라당은 172석의 거대여당이 됐지만 그에 걸맞은 존재감은 없어보인다. 행정부와 지방의회 권력까지 장악했지만 '무능력과 무기력증'만 노출하고 있다. 대야 관계는 물론 집안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구성 협상이 청와대의 개입으로 결렬된 것이 대표적 사례. 장관 인사청문회에 대한 '정치적 타결'을 시도했던 홍준표 원내대표는 1일 "전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법규정을 보고 청와대의 입장이 옳다는 판단을 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번 사태로 홍 원내대표 개인적으로는 정치력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원구성 협상결렬을 두고 "계속 명분 없이 야당에 양보만 하면 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당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타결한 사안을 청와대가 개입해 무위로 돌려버린 이번 사태는 앞으로도 청와대의 움직임에 당이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야당, 무책임으로 일관=제1야당 민주당은 모든 것을 정부와 여당 탓이라고 비난할 뿐 생산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책정당을 자부하지만 정부와 여권의 거듭된 실책에도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여당 견제라는 역할도 필요하지만 유가급등, 물가 상승 등 전반적인 위기국면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의 실정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제1야당으로서 국정의 동반자라는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야 원구성 협상결렬 뒤 최재성 대변인은 협상결렬의 모든 책임을 청와대로 넘겼다.
이런 가운데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99명의 국회의원 중 6월 세비를 반납하지 않은 251명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8대 국회 개원 이후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자 '무노동 무임금'을 잣대로 소장을 낸 것. 국회에서 여·야가 스스로 풀지 못하니 시민단체가 국민을 대표해 나선 것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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