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보내온 사진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가족들은 사진을 돌려보는데 여념이 없지만 아버지는 늘 높은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불교 교리 때문에 하릴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엉덩이를 들썩여 보지만 스님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오늘 따라 스님 신분이 족쇄다. 마룻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가족들과 함께 딸 아이의 모습을 보고 싶다.
안산 이주노동자 타나폰(37·여)씨의 아버지 솜삭(55)씨는 의외로 승려였다. 딸 사진이 꽂혀있는 다른 앨범을 가져와 뒤적거리면서 승복 소매를 가끔 들어 '가족들이 눈치챌까' 몰래 눈물을 훔친다. 겉으로는 담담한 듯했지만 아버지의 사랑이 절절이 묻어나왔다.
갑자기 하늘에선 굵은 빗줄기를 동반한 소나기가 쏟아졌다. 타나폰의 영상편지를 보는 어머니 브라파(53)씨의 눈에도 스콜처럼 눈물이 줄줄 흘렀다. 딸의 목소리가 빗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몇 번이고 다시 영상을 돌려봤다.
한국에서 영상편지를 촬영할 때부터 타나폰씨는 목이 메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영상에서 '엄마'라는 말만 던져놓고는 계속 눈물만 쏟았다.
동생 라챠팟(18·여)은 말없이 언니의 영상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취재진이 언니의 소식을 전하고 떠나려하자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아저씨! 언니한테 너무너무 보고 싶다고 전해 주세요. 사랑한다고도 꼭 전해 주세요." 동생은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을 울먹였다.
태국 방콕에서 남쪽으로 350㎞ 떨어진 시골마을에서 만난 타나폰씨의 가족. 딸이 보내준 돈으로 새집 터를 마련했다. 목재 하나하나, 벽돌 하나하나가 쌓일 때마다 딸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진다고 했다.
"벌써 딸을 못본 지 5년이나 지났어요. 딸이 너무 그리워요."
어머니 브라파씨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약속(새집을 지어주겠다)은 지키면서 '하루빨리 돌아오겠다'던 약속은 지키지 않는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내 딸은 아주 똑똑하고 야무져요. 전 그런 딸이 자랑스러워요. 빨리 돌아오길 바랄 뿐이에요."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사진=다문화공동기획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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