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지고 산업의 맏형으로서 국가 살림을 책임지고 고진 풍파를 견뎌내면서 지금 심신이 몹시 지친 섬유CEO께 고한다.
금년 초만 해도 10년 이상의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수출이 회복되고 산업경기도 구름 속에서 햇빛을 드러내는 듯했지만 고유가로 인한 원부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의 불안정, KIKO 통화옵션 계약의 피해, 일부 원사업계의 대만산 폴리에스테르사 반덤핑 제소 등으로 다시 꼬이기 시작하는 지역 섬유업계를 바라보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섬유 CEO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2등 정신은 즉시 털어내야 한다. 정부지원 요구에서 벗어나 스스로 새로운 경영을 위해 과감한 설비투자와 신상품 개발을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 스스로 상품기획력을 키우고, 시장변화를 터득하기 위한 시장학습을 행동으로 옮기고 미래 먹을거리를 고민해아 한다. 주중 골프, 선후배 동문끼리의 잦은 만남, 인재가 함께 할 수 없는 근무환경 등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
둘째 미래 먹을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섬유산업의 트렌드는 의류용 소재의 경우 고기능성을 추구하고 있고 각 산업 분야에서 섬유가 경량첨단소재의 대표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러한 변화에 필요는 느끼지만 모든 여건이 부족하다. 산업을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당국과 학계, 기업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것은 섬유 선진대국으로 가기 위한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하는 경영방식과 다르니까 나중에 해도 된다는 생각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선진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길은 지역기업의 독자적 역량으로는 영원히 힘들다. 이를 위해 먼저 인재를 키워야 한다. 색깔과 인종의 차별이 없는 세계 일류의 인재를 영입할 수 있어야 한다.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원사기업들이 섬유에 다시 투자를 해야 한다. 기업 간 트렌드 간 상생협력은 기본이며 타 산업에서도 섬유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외국의 우수기업 유치에도 적극 노력해야한다. 또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셋째 기술마케팅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우리 나름의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도 제값을 인증받지 못하는 판매구조에 문제가 있다. 이는 우리가 거래하는 바이어가 아직도 중저가 바이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섬유제품의 유통은 구매자 편이 중심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새로운 거대유통의 등장과 함께 소비자의 요구가 실시간으로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가 하고 있는 마케팅 기법은 겨우 전시회 참가, 상사 및 바잉오피스를 통한 간접마케팅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차별화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바이어와 네트워크를 통한 구매자의 비용부담을 줄여주고 소비자가 요구하는 신제품을 즉시 제공해 주는 기술마케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현지시장의 디자인 하우스 운영, 물류지원, 거래 금융서비스, 정보네트워크 구축, 신상품 공동 기획 등의 추진이 시급하다. 또한 이웃한 중국내수패션시장의 전략적 접근과 중국시장의 진출을 희망하는 해외 유수기업과 공동투자를 통한 마케팅도 연계돼야 한다. 중국은 분명 우리 섬유소재에 대하여 관심이 많고 지금이 중국시장 접근의 가장 적기라고 판단된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내수패션시장이 크게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위기가 기회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노력으로 만드는 것이지 기다린다고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업이 먼저 행동할 때다. 기다릴 시간도 없다. 글로벌경쟁에서 지금 낙오되면 섬유대국의 꿈은 영원히 사라진다. 글로벌 섬유소비자는 우리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지역 섬유산업에 대하여 지역민들도 아낌없는 격려를 해야 한다.
조상호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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