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매출 1조원 기업' 더 키우려면?

"과감한 인센티브로 대기업 본사 유치를"

전국에서 매출 1조원을 넘는 기업은 지난해말 현재 231개. 이중 서울·경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은 모두 175개로 전체의 75.8%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 속에 수도권으로의 경제집중화는 가속화될 전망이어서 지역도 1조 기업 육성을 위한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조 기업' 이래서 좋다

대구 달성공단에 위치한 한국델파이의 종업원은 2천100여명에 이르는 데다 330개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1만명의 종업원과 가족들이 받는 혜택은 적지 않다. 기업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도 세수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구 달성군에 따르면 한국델파이는 지난해 14억9천만원의 세금을 납부한 '세수 1위' 기업이다.

매출 1조원 기업이 생겨나면 대구의 브랜드가치도 덩달아 높아진다. 일본 제 3의 도시 나고야가 도요타자동차 본사를 유치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듯이 대구경북을 브랜드화하려면 '간판기업'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코 없는 포항경제는 생각할 수가 없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포스코가 지역경제가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지난해 매출은 22조억여원으로 임직원 1만명과 협력업체, 가족을 포함하면 4만명이 넘는다.

직간접적으로 포스코 영향을 받는 곳은 헤아릴 수 없다. 포스코가 포항에 들어서기 전 포항 인구는 불과 8만명. 하지만 지금은 52만명으로 늘었다. 죽도시장 상인 등을 포함해 포스코와 직간접적으로 거래하는 사람들은 80% 정도. 한 포항지역 경제인은 "포스코가 없으면 포항은 시골 소읍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가 있어야 한다

포스코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것은 또한 본사가 포항에 있기 때문. 현대제철 포항공장과 동국제강 포항제강소도 포항에 있지만 본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세금, 재정, 인사, 노무 담당자가 본사에 근무하는 데다 구매담당자들이 본사로 모여들기 때문에 경제적인 파급효과는 크다. 포항지역 한 경제인은 "본사가 지역에 위치해야 소비창출이 이뤄진다"고 본사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초 포스코건설이 본사를 이전하려고 했지만 포항시민이 막은 것은 것도 이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는 구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구미에 본사가 위치한 대기업은 제일모직 등 3곳. 하지만 삼성전자 구미공장, LG전자 구미공장, LG디스플레이, LS전선 구미공장도 매출이 조단위를 기록하지만 본사가 아니기 때문에 아쉽다는 지적이 구미지역 경제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구미지역 한 상공인은 "대기업의 본사가 구미에 있다면 세수 증대 효과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도 구미로 모여들어 더 활기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조 기업 키우려면

지역 경제계는 지역 경제의 특성상 부품 및 소재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매출 1조원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대기업 본사를 유치하는 것이 더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대기업이 지역에 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해당 기업에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토종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우는 노력 역시 필요한 부분. 모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는 "수도권 기업이 지역으로 내려오면 각종 혜택이 주어지지만 20~30년간 대구에서 기업한 토종기업인들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공장용지가 부족한 대구지역의 경우 기존 업체들이 공장 증설을 하려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들이 글로벌화할 수 있도록 동남권 신공항 등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 나고야는 국제공항 건립으로 도요타자동차를 유치하는 등 지역경제를 회생시켰다. 일본 제 3의 도시인 일본 나고야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도요타자동차 본사 유치에 나섰다. 허브공항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고 결국 2005년 나고야 공항을 완공해냈다. 나고야시 및 상공인들의 환대 속에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으로 도요타가 본사를 옮겨온 것은 당연했다.

송상수 대구상공회의소 전무는 "글로벌 시대에서 1조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국제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인프라 구축과 함께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인재를 맞춤형으로 양성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친기업 마인드도 중요

지역 경제인들은 신공항 등 인프라 구축과 함께 친기업 마인드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태일 대구경북중소기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이 성장해야 한다"면서 "지역 기업인들이 투자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상훈 대구시 기업지원본부장은 "그동안 대구는 공장용지 부족으로 대기업 유치가 힘들었고 토종기업들도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받았다"면서 "하지만 성서5차단지와 국가산업단지가 곧 조성되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또 "늘어난 공장용지를 바탕으로 대기업 본사 유치를 늘려나가고 기존 토종 중견기업들이 매출이 증대될 수 있도록 기업지원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