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자신을 담금질하는 시기다. 자신의 취약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거나 평소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즐기고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방학을 '다른 사람을 위한 시간, 세상 체험 기회'로 의미 있게 보내는 학생들도 많다. 자원봉사활동이다. 물론 봉사활동에는 '내신성적 반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봉사를 통해 책에서 얻지 못하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된다.
달구벌고 3학년 김묘정(17)양은 중1 때부터 대구국립박물관과 인연을 맺고 있다. 당시 박물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어머니의 추천으로 박물관 자원봉사에 발을 내디딘 것. 김양은 "당시엔 중학교 봉사 의무시간을 채우기 위해 시작했지만 그 이후로 계속 봉사를 하다 보니 이젠 생활이 됐다"고 말했다.
김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자원봉사를 해보고 싶었다. 어머니가 평소 자신의 자원봉사 경험담을 자주 들려주면서 중요성도 강조해 준 덕분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보육원을 찾아갔는데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그런 그녀에게 박물관에서의 봉사는 안성맞춤이었다. 어머니를 따라 어릴 때부터 자주 다녔던 터라 직원들과도 얼굴이 익어 마음이 편안했다. 마치 동네 이웃을 보는 듯했다는 것. 전시실 유리창이나 바닥을 닦고 도서실 책 정리와 체험실 청소 등 온갖 궂은일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즐겁기만 하단다. 김양은 "박물관 아저씨들이 친절하게 반겨주고 가금씩 전시실 작품에 대해 설명도 해주고 있다"며 "박물관에서 일을 하면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지우고 마음의 안정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박물관 봉사 일은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자원봉사의 진정한 재미를 깨우쳐 다른 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달구벌고 인근의 장애인학교를 찾아 장애학생들을 도와주고 있는 것. 그렇게 봉사활동이 몸에 익어지면서 이젠 봉사를 하지 않으면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작곡 공부를 하고 있는 김양은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하나는 작곡가로서의 성공이고 다른 하나는 꾸준히 봉사하는 삶이다. "자원봉사를 하면 편안함과 함께 뿌듯함이 있어요. 마치 중독처럼요. 아기 돌보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론 보육원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요."
김아린(13·대구중1)양은 지난달 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원봉사를 했다. 일주일 동안 영남대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소중한 경험을 한 것. 김양은 "남을 돕는다는 게 이렇게 마음이 든든해지는 일인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전까지 방학이라고 하면 남들처럼 학원을 다니고 숙제를 하는 틀에 박힌 생활이 전부였는데 병원에서의 생활이 새롭고도 뿌듯한 경험이었다는 것.
김양은 병원에서 중환자가 가장 많다고 알려진 신경외과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신경외과는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뇌수술 등을 한 환자들이 많은 곳이라 대부분 자원봉사 학생들이 꺼리는 곳. 하지만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 자원을 한 것. 김양이 한 일은 환자가 검사실에서 검사를 받을 때 침대카나 휠체어를 밀어주는 일이다. 또 바쁜 간호사들을 대신해 차트나 검사일지를 해당 진료과에 전달하고 병실의 침대시트나 커튼을 갈아주기도 했다.
김양은 "환자들을 도와줄 때가 가장 보람됐다"며 "아픈 환자들을 보면서 안따까운 마음이 들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고 했다. 덤으로 대학병원이라는 큰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 것인지도 조금 알게 됐다. 대학병원의 방대한 조직 시스템, 진료절차, 병원의 문화 등을 이해하는데 좋은 기회가 됐다는 것.
"친구들과 함께 병원에서 일하면서 환자에게 필요한 약품이 어떤 것인지, 어디가 아프면 어떤 진료과를 찾아가야 할지를 알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자원봉사에 흥미를 느낀 김양은 앞으로 복지센터나 양로원 등을 찾아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의욕을 밝혔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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