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新 맹부 맹모 다이어리] 아들 서울대 사회과학부 보낸 박효순씨

"자신 목표 위해 진로 바꾼 자식 뜻 존중"

▲ 박효순씨는
▲ 박효순씨는 "아직까지 아들이 사회과학부로 진학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지만 자신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말한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올해 아들 신재욱(19)군을 서울대 사회과학부에 입학시킨 박효순(53·여·대구 달서구 파호동)씨. 공부에 있어 누구 못지 않게 아들을 반듯하게 키운 그녀지만 아직까지 진한 아쉬움과 미련이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아들이 고2가 됐던 2006년 초였다. 어렸을 때부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데다 수학과 과학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던 아들이 갑자기 인문계로 가겠다고 '폭탄 선언'을 한 것이다. "엄마 입장에선 자연계로 진로를 잡아 의대로 보내려고 생각했죠. 아들도 고1 때까지 진로에 대해 이견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인문계로 가서 정치외교 쪽으로 전공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말로는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더군요."

박씨는 그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이후로 3개월 동안 계속 아들과 말다툼을 하는 등 갈등을 겪었다. "다른 사람들이 가고 싶어 안달하는 의대를 포기하고 왜 굳이 험한 길을 가느냐고 했어요. 하지만 아들은 나 때문에 자연계 공부를 한 것뿐이고 앞날을 생각하면 의대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결국 자식 이길 부모는 없잖아요. 그냥 아들의 뜻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죠." 지금까지 모든 뒷바라지를 자연계 진학에 맞춰 해왔던 박씨는 무엇부터 챙겨줘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했다. 눈이 아플 정도로 인터넷의 각종 정보를 꼼꼼히 살피는가 하면 입시설명회가 있다 하면 무작정 찾아가 들었다.

무엇보다 중간고사가 불안했다. 내신 성적으로 수시합격을 목표로 했던 아들이기에 상대적으로 열세인 과목에서 고득점을 얻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성적이 예상보다 잘 나와 안심을 했다.

그녀는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공부 뒷바라지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아들이 경신중에 입학했을 때였어요. 초등학교 때 줄곧 전교 1, 2등을 했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중학교에 진학했으니까 성적이 어떨지 모르잖아요. 더군다나 수성구의 다른 엄마들에 비해 늦게 공부를 시킨 편이었죠.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선행학습을 시켰으니까요." 일단 '반에서 5등, 전교에서 50등'이란 목표를 잡고 인근 학원들을 돌아다니면서 지난해 기출문제를 최대한 입수했다. 그리곤 3주 전부터 매일 1시간씩 같이 앉아 공부를 했다. 박씨는 중간고사 성적이 전교 2등이 나오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그녀는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줄곧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모범생'은 아니었다고 했다. "중간고사를 코앞에 두고 학교축제 홍보를 한다고 밤 새워 계획을 짜기도 했어요. 또 밸렌타인데이 땐 학교 수업을 무단으로 빼먹고 인근 여학교에 찾아가 초콜릿도 돌렸다고 하더라고요. 학교 선생님들에게 매도 많이 맞았죠. 이래저래 속이 좀 많이 썩었죠."

하지만 아들은 자신이 세운 계획을 철저하게 실천했다. 누구한테 전화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적을 정도로 아들의 다이어리엔 스케줄이 빼곡했다는 것. 박씨는 "아들이 공부벌레 스타일은 아니지만 꼼꼼함과 의지력, 집중력 등이 있었기에 최상위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직도 의대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려 아들이 대구에 올 때마다 다시 수능을 볼 의향이 없는지 물어본단다. 하지만 한편으론 확고한 주관을 갖고 미래를 위해 매진하는 아들이 대견하고 뿌듯한 마음도 든다고.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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