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뚜둥 뚱뚱~'
지난달 31일 오후 2시 고령군 고령읍 지산리 고령문화원. 20여명의 수강생들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가야금 주법 배우기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수강생은 환갑을 훌쩍 넘긴 60, 70대 어르신들. 강사의 눈이 잘 미치지 않는 맨 뒤쪽엔 할아버지 세 분이 할머니들 사이에 끼어 가야금을 배우고 있다.
"손을 현침에 붙이세요. 떨어지면 줄 찾기도 힘들고, 음이 흐트러져요. 뜯을 때 힘 방향을 옆으로 하세요."
하지만 어르신들은 음악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데다 굳은 손가락으로 팽팽한 가야금 현을 뜯고, 튕기는 주법 연습이 그리 만만치 않다. 손가락이 아프다. 용을 쓰고 했더니 허리와 다리도 저려온다. 그러나 현마다 담긴 계이름과 음색을 알아가는 재미에 어르신들의 얼굴엔 화색이 돈다. 속도도 느리고 손놀림도 서툴지만 지금까지 배운 솜씨로 아리랑과 학교종, 송아지, 태극기 등을 연주할 때면 배운 보람이 느껴진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작한 '실버 가얏고 교실'. 고령문화원이 지역 내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개설한 문화교실로 현재 30여명이 가야금을 배우고 있다. 문화원 측은 이 사업을 기획할 때만 해도 몇 명이나 참가할까 염려했었는데, 수강생 모집을 시작하자 신청자가 몰려 서둘러 마감했다는 후문이다.
수강생 김정부(67·고령읍 중화리)씨는 "'가야금의 고장'에 사는 사람으로서 평소 가야금에 관심을 가져오다가 기회가 닿아 배우고 있다"며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피가 나는 등 아픔도 있었지만 지금은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강사 김수영(37·여)씨는 "어르신들이 악보에 대한 이해가 없어 현마다 번호를 표시해 연습을 했는데, 처음 할 때 신기해하던 가야금을 이제는 자연스레 무릎에 올려놓는 등 재미를 붙이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가야 실버 가얏고 연주단'을 조직, 오는 10월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실버축제에 참가할 예정이다.
고령·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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