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행사 사장님들 "아~ 떠나버리고 싶다"

▲ 기침체, 고유가, 고환율로 인해 지역 여행업계가 극도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회복이 되지 않으면 대형 여행사 수십곳을 제외하곤 상당수 업체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기침체, 고유가, 고환율로 인해 지역 여행업계가 극도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회복이 되지 않으면 대형 여행사 수십곳을 제외하곤 상당수 업체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경기침체와 고유가 등의 여파로 지역 여행업계에 성수기가 실종됐다. 하계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데다 고유가, 고환율로 인해 해외로 떠나는 이들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중국 쓰촨성 지진, 금강산 관광 중단, 독도 문제 등 국내·외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지역 여행시장에는 벌써부터 찬바람이 불고 있고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때문에 줄도산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 여행업계 '찬바람'

지난달 31일 오후 여행사가 밀집한 대구시 중구 동인동 A 여행사.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이 여행사 직원들은 한가하기만 했다. 2시간 동안 찾아오는 손님은 커녕 문의 전화벨도 울리지 않았다.

이 업체 대표는 "지난해 7, 8월에는 해외 관광객 모집을 250명 정도했지만 올해는 60명에 불과하다"면서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아 인원 감축을 해야 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지역 여행업계가 올해 처음으로 타격받은 것은 지난 5월 발생한 중국 쓰촨성 대지진. 지역의 해외여행시장에서 중국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에 이르지만 지진 이후 중국으로 나가는 관광객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 하지만 중국 여행은 곧 열릴 베이징 올림픽 개막으로 인해 중국지역 물가가 폭등하면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항공료와 호텔·교통·식사·관광지 입장 등이 폭등해 중국 패키지상품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2배 정도 올랐기 때문이다.

점차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던 일본여행도 최근 독도문제로 타격을 받고 있다.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

게다가 항공사의 유류 할증료 인상 등으로 해외 여행이 위축돼 휴가철 특수가 사라진 가운데 국내 여행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던 금강산 관광마저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중단됐다.

특히 해외여행 침체가 국내여행 호황으로 이어지지 않아 여행업계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국내 여행도 고유가와 전세버스 업체의 치열한 경쟁으로 경기가 예전같지 않다.

눈높이여행사 구윤회 대표는 "경기가 불황이면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지면서 여행을 자제하기 때문에 지역 여행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해외여행이 줄어들면 국내여행이라도 늘어야 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줄도산 위기감

지역 여행사들은 대구공항의 경우 직항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상품개발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요자 구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려면 수도권 업체들과 연계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행업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항공권 발권수수료율이 최근 9%에서 7%로 준 데다 2010년쯤에는 수수료가 폐지될 전망이다. 때문에 대구시내에서 항공권 발권을 할 수 있는 여행사 20~30개 정도의 수익이 감소될 수밖에 없다.

또 외지 대형여행사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데다 지역민들도 외지 유명 여행사를 선호해 지역 여행업계는 줄도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 관광협회 관계자는 "지역 여행사들은 외지 여행사들의 공세로 인해 외지 대형 여행사들의 대리점으로 전락하는 추세"라면서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도 증가하는 데다 지역 여행사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져 지역 여행사 상당수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전투구식 경쟁

지역 여행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시내 여행사는 500여곳에 달한다. 여행업은 진입이 쉬워 5년전 280여곳에 비해 크게 늘었다. 400만원 정도면 여행사를 설립할 수 있기 때문. 대부분 여행사들이 직원이 3~5명 정도로 영세하다.

대구지역 해외여행 시장의 경우 1년에 5만명 정도이기 때문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여행업계는 상품개발 및 서비스경쟁보다는 '인맥싸움'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여행객은 줄어드는데 여행사는 난립하다보니 다른 회사와 계약한 손님까지도 덤핑을 쳐가며 뺏어오는 일이 허다하게 벌어진다. 이는 결국 해외에서 지나친 쇼핑가게 방문 등 여행의 질 저하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지역민들조차 지역업체보다는 수도권의 대형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한 여행업체 대표는 "경기가 활성화 됐을 때는 여행사가 난립돼도 큰 문제가 없지만 불황을 겪는 상태에서 여행사들끼리 싸우다 보니 수익률은 생각도 못한다"며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여행경기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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