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지로 시원한 계곡을 찾는다면 '물 맑고 산세 좋은' 문경이 으뜸이다. 높은 산 그늘에다 나무 그늘까지 더해 겹그늘을 치고 있는 곳이 문경이기 때문이다. 가마솥 더위라 해도 문경의 심산유곡은 감히 뚫고 들어가지 못한다.
둥글둥글한 바위 사이를 흐르는 차디찬 맑은 물은 발만 담가도 온몸이 시원하게 얼어붙다시피 한다. 얼마나 시원하면 모기조차 없을까. 문경 선유동 계곡과 용추 폭포를 가 본다.
◆신선이 노닐던 선유동 계곡=문경시내에서 국도를 따라 문경읍·충주 방면으로 18㎞ 떨어진 마성면사무소를 지나 901·922번 지방도를 이용해 약 11㎞쯤 더 가면 도로변 좌측에 큰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 옆 큰 송림이 1.7㎞나 되는 선유동 계곡의 입구. 신선이 노닐던 계곡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 선유동이다.
수백명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암석들은 마치 대리석을 다듬어 뉘어 놓은 듯하고, 자연스레 켜켜이 포개진 넓적바위들은 마치 사람이 쌓아 놓은 듯 정교하기 그지없다. 솜이불을 깔아 놓은 듯 하얀 암반이 절묘하게 계곡 하상을 이룬 가운데 바위 사이로 흐르는 맑은 옥계수는 마치 수정 같아서 흐르는 자체가 아까울 정도다.
선유동 계곡은 아름다운 경승을 아홉 구비로 나눴다. 그래서 선유구곡(仙遊九谷). 계곡마다 그 나름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정취를 달리하는 경관은 아직도 태고의 자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골골이 숨어서 피서객들을 놀라게 한다. 도암 이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후학들이 세운 학천정은 주변 소나무 숲과 잘 어우러져 있다. 학천정 앞 바위에는 최치원 선생이 쓴 것으로 전해지는 '선유동(仙遊洞)'이라는 글이 피서객을 반긴다.
◆두 마리의 용이 승천한 용추 폭포
선유동 입구에서 922번 지방도를 따라 600m쯤 더 올라가면 대야산 용추 폭포를 만난다. 마을 뒷산 바위들이 벌집 모양 같은 벌바위 마을을 거쳐 농로길을 이용해 800m쯤 올라가면 돌마당이란 휴게소가 나온다. 넓은 마당바위에서 잠시 쉬었다가 휴게소 앞 오솔길을 이용해 용추까지 올라가면서 보는 좌측편 풍경이 일품이다. 굉음을 내며 두단계로 떨어지는 용추 폭포의 장관이야말로 문경의 최고 비경으로 꼽을 만하다.
암수 두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른 곳이라는 전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용추 양쪽 거대한 화강암 바위에는 두마리의 용이 승천할 때 용틀임하다 남겼다는 용비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그 신비로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가뭄이 극심해도 물이 마르는 일이 없어 예부터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렸다. 승천한 두마리의 용 중 한마리가 사랑의 맹세로 새겨둔 걸까. 아래 용추 폭포에 패인 소(沼)의 모양이 재미있게도 하트형이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보는데도 발을 담그고 싶을 정도로 친근감이 든다.
인근에 월영대와 술상바위도 있어 야영을 한다면 여름밤 은은한 달빛을 온몸으로 즐기는 이색 풍류도 만끽할 수 있다.
◆여행정보=문경새재에는 유스호스텔(054-571-5533)과 새재 스머프마을(054-572-3762), 불정 자연휴양림(054-552-9443), 문경관광호텔(054-571-8001) 등 숙박업소가 있다. 소개할 만한 음식점으로는 새재 할매집(054-571-5600·약돌돼지 양념석쇠구이)과 진남매운탕(054-552-7777), 산채비빔밥 돌마당(054-571-6542), 자연산 버섯전골 전문 토박이식당(054-571-6540), 소문난 식당(054-572-2255) 등이 있다.
문경·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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