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일본 독도 도발에 냉정한 대응을

지난겨울, 일본의 긴 연휴를 맞이하여 일본 수부외과학회의 친한 교수가 휴가를 즐기고자 서울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그는 오기 전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종묘를 방문하고 싶어했다. 부끄럽게도 필자는 종묘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고, 이전에 한 번도 방문하지도 않았었다. 쌀쌀한 겨울 날씨라 동네의 나이 드신 분들이 햇볕을 쬐고자 종묘 앞 공간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종묘 안에는 여기 저기서 십여 명의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한국인 가이드로부터 진지하게 안내를 받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한쪽에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몇 명의 우리나라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필자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비롯한 우리 역사에 대한 일본의 망언이나 망동이 가끔은 자극제가 될 때가 있다. 역사를 너무 쉽게 잊고 사는 우리들의 정신을 번쩍 들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중등학교 지리교과서 교사 해설서에 '독도의 영유권은 일본에 있다'고 기재한 이번 사태만 해도 그렇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를 통해 알고 있는 사실 외에는 독도에 관해 관심도, 지식도 거의 없던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독도의 역사와 가치 등을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으며 일본의 침략근성을 또 한번 환기시켜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가 정말 궁금하고 우려되는 것은 일본이 이처럼 한번씩 한국의 '염장을 지르는' 진짜 이유이다. 너무 앞서가는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한국인들의 반응이 둔감해질 때까지 도발을 계속하다 마침내 한국인들의 반응이 현저하게 둔해지는 미래의 어느 날, 독도를 삼키려는 본격적인 작전이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자신들이 도발을 할 때마다 한국에서는 일장기를 불태우고, 손가락을 자르고, '대마도는 한국 땅'이라는 격한 주장을 펼칠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도발을 해대는 이유는 우리가 모르는 큰 '작전'의 한 부분인 것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일본의 도발에 대해 '냉정한 대응'을 했으면 좋겠다. 일장기를 불태우고 일본국왕의 인형을 화형하고 손가락을 잘라서 혈서를 쓰는 규탄대회 따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대가 흥분하기를 바라고 하는 행동에 그대로 말려드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의 역사 교육은 어떠한가? 지난 2005학년도부터 대학 입시의 자연계 수능에선 아예 국사 과목을 제외시키고, 인문계 수능에서도 암기 사항이 많아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학생들이 국사 과목를 기피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 국사 홀대에 대한 심각한 사회적 인식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나마 2010학년도부터 개선을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종묘'가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안중근 의사와 안창호 선생을 구별하지 못하고, 김유신 장군과 이순신 장군 중 누가 앞 시대 인물인지 모르는 우리 국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의 도발에 번번이 흥분해서 목청을 돋우거나 핏대를 세우기보다는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근거는 무엇인지, 독도가 일본과 한국 사이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다른 나라들은 분쟁지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대마도는 정말로 한국 땅이 될 수 있는지 등의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번 사태에 우리 정부가 신속히 대응하여 미국 연방지명위원회(BGN)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표기한 것을 원상회복시킨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차제에 한발 더 나아가 독도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 여러 가지 편의시설을 만들어 독도를 찾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또 정부기관 내에도 독도 문제와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만을 전담하는 기구를 만들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더 효과적으로 대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상현(수부외과 전문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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