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 몰라요."
정한수(가명·17·지체장애 1급)군의 어머니 김은옥(가명·49)씨는 방학 때만 되면 아들 양육이 부담스러웠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한 데다 온종일 TV에 매달려있다 갑자기 '꽥' 소리를 지르는 아들을 어르고 달래는 게 하루 일과였다. 애오라지 아들에게 매달려야만 했던 김씨는 "방학은 정말 '고난의 기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장애학생들의 방학중 활동을 위해 대구시장애인부모회가 마련한 '행복한 열린학교'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 대안학교는 대구 덕희학교, 보건학교에서 4일 개강해 3주간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첫날인 4일 오후 덕희학교에서는 2개 반으로 나누어 자폐아들과 정신지체장애아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풍선불기에 열중했다. 참여교사 이화정(23·대구대 특수교육과 2년)씨는 "학기때 많이 할 수 없었던 율동 같은 체육활동과 장보기 등의 경제교육에 교과과정이 집중돼 있다"며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박성현(가명·17·발달장애 2급)군도 "풍선을 불어 튕기는 걸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집에 틀어박혀 있지 않고 학교에 다시 나와 놀 수 있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교과목 중심에서 벗어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해 부모들의 호응도가 높다.
이 같은 수업이 가능해진 것은 대구시장애인부모회의 노력 덕분이었다. 부모회는 지난 5월부터 '장애인 가족지원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대구시청 앞에서 열면서 대구시로부터 예산 지원(4천500만원)을 약속받았다. 부모회는 지원금 1차분 500만원으로 프로그램을 짜고 이번 대안학교를 개강하게 됐다.
한 학부모는 "3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아이들을 맡기면서 5만원만 내면 된다"며 "일반 복지관에 비해 경제적인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학교가 갈 길은 멀다. 먼저 확보된 예산이 적어 대구대 특수교육학과 학생들의 자원봉사에 기대고 있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규모가 작지만 내년부터는 예산을 더 확보해 수혜 학생수를 늘리는 것도 목표다.
나호열 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은 "올해는 비록 21명이 참여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장애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지자체에서 더많은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장애아들을 위한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지난해 선명학교가 처음이었다. 선명학교는 대구시의 지원 없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1일부터 계절학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경북에는 도교육청이 7개 학교에 6천500만원의 예산을 배정, 250여명의 장애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등 대구보다 상황이 훨씬 나은 편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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