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올림픽헌장 가운데 눈길을 잡는 것은 제51조 3항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 종교, 인종적 선동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다. 올림픽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거나 올림픽이 정치적 목적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여기에 바탕하고 있다. 전문 5장 59조로 구성된 올림픽 헌장의 기본 원칙도 올림픽의 목적은 스포츠를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더욱 평화로운 세계 건설에 협력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정치나 종교, 인종적 입김에서 벗어나 스포츠의 순수성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늘 理想(이상)이었다. 現實(현실)은 달랐다.
베이징올림픽을 나흘 앞둔 4일 중국 서쪽 끝 신장 위구르 자치구 카스 시에서 또 폭탄 테러로 무장경찰 16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했다. 테러리스트들이 시 외곽에서 조깅을 하던 무장경찰 부대원들에게 트럭을 타고 돌진하며 수류탄 2개를 날린 것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 최근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다. 최근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요구가 커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공안은 신장 자치구의 무장독립단체인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에 대해 혐의를 두고 있다.
순수 스포츠 제전이어야 할 올림픽은 그동안 수도 없이 각종 시위와 테러로 얼룩졌다.
1972년 9월 독일 뮌헨올림픽에서 테러단체인 검은 9월단이 11명의 이스라엘 팀을 인질로 잡고 협상을 시도하다 전원을 살해한 이른바 '검은 9월단 사건'은 올림픽 사상 잊혀지지 않는 악몽이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은 인종차별 문제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보이콧, 5륜이 아닌 4륜 올림픽으로 치러졌다. 1996년 미 애틀랜타 올림픽은 올림픽공원 폭탄테러로 2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테러를 통해 목적을 이룬 사례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올림픽이 수시로 테러로 얼룩지는 것은 올림픽만큼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만 하더라도 205개국, 1만5천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강요하는 테러를 용인할 수는 더욱 없다.
정창룡 논설위원 jc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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