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밥상에 올랐던 소박한 찬을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떠올리는 것은 그리움에 다름 아니다. 남루하고 고단한 삶이어도 어머니의 사랑이 있기에 함부로 좌절할 수 없듯 그 시절의 행복한 기억은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맛은 추억이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훌륭한 맛이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食客』/허영만 글·그림/김영사 펴냄/227쪽/9천500원
"도대체 신문은 왜 읽어야만 하는 것일까? 요즘 같은 디지털 광(光)스피드 시대에, 더구나 필요한 것이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검색으로 즉석에서 거의 다 해결한 지금도 신문은 왜 읽어야 한다고 유난을 떠는 것일까? 하지만 여기에 대한 답변은 너무나 명백하다. 예나 지금이나, 아니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에는 좀처럼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신문이 곧 세상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신문 읽는 기술』/박상하 지음/스마트비지니스 펴냄/222쪽/1만원
『食客』은 아날로그의 즐거움을 『신문 읽는 기술』은 즐김을 돕는 책이다. 그야말로 디지털의 시대에 웬 아날로그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두 책의 첫 장을 펴는 순간 아날로그가 가진 숨결이 왜 중요한지 생생하게 전해온다. 허영만 화백의 신문 연재를 묶은 『食客』은 요리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드라마로, 영화로 제작되면서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인기의 배경은 이미 오래전 그가 발표한 『각시탈』 『오 한강』 『타짜』등의 문제작이 그랬던 것처럼 만화라는 장르가 가지는 단순한 오락성을 뛰어넘어 인간의 문제를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쉽다는 것이 가볍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청소년들을 위한 만화로 묶여져 나온 것을 보면 만화의 문화적 가치를 결코 소홀히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디지털이 만능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또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신문이라는 매체 역시 긴 호흡을 가진 아날로그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순간에 명멸하는 인터넷이 또 다른 계급적 차이와 문화적 소외를 낳고 있는 현실에서 『신문 읽는 기술』은 신문이 디지털이 간과하고 있는 인간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유년시절 함께 둘러앉아 TV를 보던 만화방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었고 신문이 위기라는 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이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인식한다면 지나침일까? 만화와 신문이 닮은 점이 있다면 인간을 담고 있다는 점이며 결국 세상은 인간이 희망일 수밖에 없다. 두 책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추억이고 그것은 무더운 여름을 적시는 한줄기 소낙비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라는 허영만 화백의 말처럼….
전태흥 여행작가 (주)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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