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매해갈(望梅解渴)이라는 한자성어는 "매실을 머리에 떠올리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괴어 갈증이 풀린다"는 뜻이다. 위(魏)나라의 조조(曹操) 군대가 한여름 무더운 날씨에 행군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무거운 군장에 병사들은 지칠 대로 지쳐 더 이상 행군을 계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조조는 병사들에게 "조금만 더 참아라. 여기서 가까운 곳에 매화나무 숲이 있다. 거기엔 가지가 휘도록 매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고 한다. 거기 가서 우리 모두 갈증을 풀어보자"고 소리쳤다. 이 소리를 들은 병사들의 입안은 침으로 흥건해졌고, 이렇게 하여 병사들은 행군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중국 남송(南宋) 때 유의경(劉義慶)이 저술한 일화집에 나오는 이야기다.
조만간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0.25%포인트 정도 올리지 않을까 예상되는데 그리 되면 시장금리는 당연히 10%를 넘어서게 된다. 기업들은 운전 자금의 일부를 대출받아 기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부담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하는 수 없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그 다음은 실업자 증가, 소득 감소, 소비 감소의 악순환 고리가 계속되는 것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도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경제에 사는 서민경제는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져갈 것이다. 다른 것은 다 줄여도 교육비만큼은 줄일 수 없는 게 한국가정의 특성인데, 외식비나 식품, 의료비의 소비 둔화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환율은 네 자릿수로 다시 돌아왔다. 아무래도 올해 원화의 달러 환율은 980~1천10원 대를 지켜나갈 것 같다. 금리가 뛰면, 가계대출을 안고 있는 서민경제에 부담이 가중된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물가가 올라가고, 생산자 가격이 올라가면서 소비자 물가가 또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연초 임금인상은 대략 3% 수준에 그쳤는데, 물가가 6% 이상 오르면, 결국 실질 임금은 3%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금리를 올리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 내수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이다.
각 기관마다 전망이 다르지만 유가는 배럴당 125달러 수준에서 오락가락이고 이게 지속될 것 같다. 증시와 부동산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올 상반기 건설업체의 부도 건수가 750건에 달한다고 한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는 언제 팔릴지 모르는 주인을 마냥 기다리고 있다. 주택가격이 매우 하향 안정되고 있다고 해야 하는데, 경기가 워낙 썰렁하다 보니 '안정'이라는 표현이 머쓱하다. 아마 아파트 가격은 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견해가 많다.
증시는 망부석처럼 연일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이 조금 나아질 것 같으면, 중국 증시가 출렁거리면서 우리 증시를 멀미나게 한다. 서브프라임으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주요 외국 투자 기관들이 한국에서 일부 정리를 하는 듯 팔아 치운다. 정부도 이에 뒤질세라 달러화를 시장에 풀어 주면서 이들이 달러화를 구매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준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중산층 서민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가계 빚이 늘고, 그나마 가지고 있는 자산은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냉각으로 실질 가치가 낮아지고 있고, 수출은 그나마 버틴다지만 내수시장은 좀처럼 활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 만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형국이다. 그래서 제안 하나 하고자 한다. 한국 교육시장 규모가 51조원을 넘는다. 이 가운데 사교육시장 규모가 낮추어 봐도 그 절반은 된다고 할 때, 교육제도의 개선만이 건전한 서민대책이 될 수 있다. 경제 각 부문을 다 손보는 것보다 돈 안 들이고도 교육을 받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면 가계의 부담을 지금보다 엄청 줄일 수 있다. 그러면 다른 고금리, 고환율의 충격이나 부동산 및 주식시장 냉각에 따른 가계 수입 감소도 상당 부분 견뎌낼 수 있다.
문제의 근본은 놔두고 자꾸 외벽만 고치려 든다. 리모델링은 외벽 페인트를 다시 하는 게 아니라 내부 골조와 구조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조금만 가면 매실이 있다고 하지만 있다는 확신이 안 서니 침이 고이지 않는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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