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추! 경북의 여름 비경] 구미 금오산

신화에 나오는 태양 속의 세 발 달린 황금빛 까마귀가 저녁노을 속에 금빛 날개를 펼치며 비상하는 모습과 흡사해 붙여진 이름 금오산. 구미사람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금오산의 정기를 받아 대통령이 된 것으로 믿고 있다. 지난 대선 무렵에는 "금오산의 얼굴이 여성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금오산의 정기를 이어받았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해발 976m의 금오산은 기암절벽과 울창한 산림이 조화를 이뤄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문화유산과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하루 나들이를 할만한 곳이다.

금오산은 예부터 인재 배출의 요람이었다. 조선 성종 때의 문신 성현의 저서 '용재총화'와 이중환의 '택리지'는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반은 선산에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금오산의 영험한 정기가 주변에 뻗치고 있음을 뜻한다. 이 때문에 임진왜란 때 왜구들이 선산 뒤쪽 금오산의 맥을 끊었고, 숯불에 달군 쇠못을 박아 산의 정기를 죽였다고 한다.

금오산의 정상 부근에는 고원분지가 발달해 해발 800여m 지점에는 '성안마을'이라는 촌락이 있었다. 이 마을에는 40여 가구가 거주했는데, 9정7택(九井七澤)이라 해서 금오정을 비롯한 우물과 못이 많았다. 이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물 걱정을 하지 않았다. 8·15 해방 전후 10여 가구가 살았고 6·25전쟁을 거치면서 미 공군 통신대와 국군이 주둔하면서 성안마을은 한때 활기가 넘치기도 했으나 1970년대 화전민 정리사업으로 지금은 자취를 감춰 버렸다.

금오산 등반길은 크게 네 갈래가 있다. 골은 깊지만 등산로는 비교적 단순하다. 충분한 여유 시간을 가지고 금오산 곳곳을 돌아보려면 공원관리사무소를 출발, 케이블카~금오산성~대혜폭포~정상~약사암~법성사를 돌아오는 코스(6.7㎞·4시간 소요)가 좋다.

또 공원사무소~자연환경연수원~등산로교차점~칼다봉~성안~정상 코스(5.3㎞·3시간 30분 소요)와 금오산관광호텔~등산로교차점~칼다봉~성안~정상 코스(3.7㎞·3시간 소요)가 있다. 산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금오산을 느끼고 싶다면 대혜폭포~등산로교차점~성안~정상 코스(2.5㎞·1시간 30분 소요)가 최적이다.

금오산에는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절벽에 기대어 선 약사암, 대혜폭포 언덕바지에 우뚝 선 해운사, 산 위를 올려다보는 경관과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관이 모두 빼어난 갈항사 등 천년고찰과 암자가 산재해 있다. 초저녁 툇마루에 걸터앉아 초승달이 걸려 있는 모습이 낭만적이어서 이름 붙여진 현월봉은 옛 선조들의 낭만적 시상을 떠오르게 한다.

'대혜교 난간에서 동전을 아래로 던져 물속의 바위 위에 얹히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을 간직한 사랑바위는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신라 고승 도선 선사가 득도했다는 도선굴, 대혜골 깊숙한 계곡을 따라 높이 28m에서 천지를 진동하듯 수직으로 물이 떨어지는 대혜폭포, 대혜골의 경치에 반한 선녀들이 목욕을 즐겼다는 선녀탕 역시 등산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행정보=숙박시설은 야영장을 비롯해 금오산장(054-456-9000), 힐타운(054-453-1100), 실크로드(054-456-7197), 엠빌리지(054-457-1233) 등 20여곳이 있다. 음식점도 풍부하다. 금오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054-450-5760).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