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학, 男高·女高로 환원하자" 대구 일부 고교 추진

"학부모 공학 기피로 학력저하 불러"

중·고교의 남녀공학이 교육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는 몇몇 사립고교들이 단성(單性)학교 추진을 모색하고 있고, 남녀 혼반을 하던 중학교가 분반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남산고는 요즘 여고로의 환원을 위해 학부모,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덕원고는 지난 6월 대구시교육청에 남고 전환을 위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환원 불가'라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자칫 '도미노 현상'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단성학교 전환 추진 잇따라=수성구의 남산고는 6월 초부터 교사 10여명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여고 환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9월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데 이어 최근 학부모와 인근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마쳤다.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70~80%가 여고 환원을 찬성했다.

학교 측은 이달 중 이사회 심의를 거쳐 시교육청에 여고 환원을 위한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조해룡 교장은 "2002년 당시 교육부로부터 모든 고교를 2005년까지 단계적으로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는 지침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공립학교마저 전환되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공학으로 전환한 일부 학교만 상대적인 불이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앞서 남고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낸 덕원고 측은 "남녀 공학으로는 득(得)보다 실(失)이 많으며 건학 이념이나 학교 고유의 특성을 살리기 힘들다"며 "시교육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학교들도 구체적인 움직임만 없을 뿐 단성 학교로의 환원을 희망하고 있다. 중구 A고교 교장은 "교직원과 동창회 등에서 줄기차게 여고 환원을 희망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상당수 사립학교 교장들도 사석에서 그런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이 같은 생각이 공론화된다면 단성학교 추진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학부모들의 남녀공학 기피와 이에 따른 학력 저하현상이 가장 큰 원인이다. B고교 관계자는 "2003년 남녀공학 전환 후 우수 재원이 들어오지 않아 명문대 진학률이 30% 넘게 떨어졌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이 남고로 가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위장 전입하는 경우가 많아 학력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생활 지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중학교도 혼반에서 분반으로=북구의 대구일중, 침산중은 올해 1학년을 대상으로 혼반에서 분반으로 전환했다. 이들 학교는 분반에 대한 반응이 좋을 경우, 내년부터 다른 학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김득순 대구일중 교장은 "혼반의 경우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행평가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학생 생활지도에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분반으로 운영하는 1학년생의 수업 분위기가 한결 좋아져 학부모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 한 중학교 교장은 "2학기 때 학부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분반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환원 불가=시교육청은 현실적으로 남녀공학의 단성학교로의 환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측은 "특정 지역과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며 교육청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학생 배정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당장 환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교운영지원과 김동환 씨는 "공학의 장단점이 공존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연구·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남녀공학은 지난 1998년부터 본격 추진되기 시작해 현재 대구의 중학교 122개교 중 100개교(82%), 고교 89개교 중 48개교(53.9%)에 이른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