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공공재요금

최근 고유가행진과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우리경제가 매우 어렵다고들 한다. 물론 지금도 어려운 시기임은 분명하나 사실 과거에 비하면 오늘날 우리사회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형편이 나아진 것도 사실이다. 해방 후 우리나라 GNP는 북한보다도 훨씬 낮았고 지금은 우리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하는 필리핀은 그 당시 우러러보기조차 힘든 선진국이었다. 초근목피로 끼니를 때우는 보릿고개는 지금도 장년층 이상은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잘살아보자는 구호 아래 급성장을 이루면서 수도권의 집중화가 이루어졌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1년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었다.

최근 수도권 일부 지자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역상수도 요금 관련 논란도 이러한 맥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지자체의 주장은 자기 지역에 공급되는 용수에 대해 생산원가에 비해 과다하게 요금을 내고 있다는 것이 요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광역상수도 요금은 전기, 통신 등 전국단위로 공급되는 다른 공공재 요금과 같이 전국 단일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나 지방의 중소도시나 똑같은 요금을 적용하는 것이 단일요금제도인데 이런 단일요금제 대신에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통해 자기지역에 유리한 값싼 요금으로 물값을 내겠다는 것이 이들 지자체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처럼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적용할 경우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단일 요금을 적용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고 시설투자가 필요한 지역에 신규 투자를 함으로써 전 국민이 골고루 균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기를 예로 들자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신규발전소를 건설하고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산간 오지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여 누구나 필요한 전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바로 단일요금제인 것이다. 수도도 같은 이치이다. 수도권 지역을 포함한 전국에서 단일요금으로 받은 물값으로 지방의 낙후된 지역에 신규 시설투자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만일 단일요금제가 아닌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실시한다면 이러한 비용은 지역의 요금에 반영될 것이고 요금 인상으로 고스란히 지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지역의 개발을 더욱 더디게 만들어 기업이나 공장이 지역을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이에 따라 지역은 더욱 낙후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수도권이 어떤 곳인가. 앞서 말했듯이 과거 개발시대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 아닌가. 당시 국가 전체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우선 수도권에 집중 투자를 실시하였고, 댐 수도 등 수자원시설 인프라가 가장 먼저 완비된 곳도 이지역이다. 이때 투입된 비용은 모두 국민 전체가 낸 세금이지 수도권지역 주민들이 낸 세금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어 이룬 개발시대의 이익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향유하고 타 지역에 비해 물 걱정 없이 편리한 생활을 해 온 수도권이 이제 와서 자기네들은 잘 갖춰진 인프라로 생산 원가가 낮게 발생하므로 그만큼 요금을 적게 내겠다는 것은 타 지역민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처사가 아닌가 한다.

또한 이는 현재 우리사회의 가장 큰 현안 사항인 양극화 문제와 지역 간 균형발전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지역의 이익을 우선시한 섣부른 광역상수도 요금 논란은 자칫 국민여론의 분열과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될 우려도 없지 않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요금체계는 지역적, 계절적으로 편중된 물을 모든 국민에게 같은 값으로 형평성 있게 공급하기 위한 방안이므로 정부정책으로 시행되는 전국단위 공공재의 요금에 대해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최경집 (사)녹색환경연합 정책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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