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중국의 풍요 전세계에 과시

중국인들이 숫자 8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는 '(돈을) 벌다'는 의미의 '發(빠)'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들은 물질적인 풍요에 관심이 크다는 이야기다. 그리하여 베이징올림픽의 개회식 일시에도 8이 네 차례나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최근 국제학술대회에서 만난 한 중국인 체육학자가 베이징올림픽과 관련하여 "우리는 흑자나 적자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보다 재물에 관심이 많다던 그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개최한 올림픽을 재정 수입과 무관한 것으로 본다면 도대체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1896년 아테네를 시작으로 스물아홉 번째 개최되는 베이징올림픽은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이후 사회주의 국가로는 처음 개최되는 대회이다. 문제는 모스크바올림픽이 서방 국가들의 보이콧에 의해 '반쪽 올림픽'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어 이번만은 그러한 일이 없어야 체면이 선다는 점이다. 역대 어느 올림픽도 문제점이 없진 않았으나, 이번 베이징올림픽도 티베트 문제부터 인권 문제, 베이징시의 대기 오염, 테러에 대한 안전 등 어느 것 하나 온전한 데가 없다. 그러나 중국은 그러한 장애를 안고서도, 어떻게 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여건들을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개최 자체가 무산되는 것만은 막아왔다.

이에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의 관심이 한 차원 더 높은 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의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이루고 있는 물질적인 풍요를 올림픽을 통하여 전 세계에 각인시키고자 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단기간의 재정 수입보다는 자기들이 이룩한 정치·경제의 새로운 역학구조 모델을 세계 만방에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가 본래 목적인 것이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발생한 10억 달러의 적자를 미국이 1984년 LA올림픽에서 2억 달러의 흑자 대회로 전환시키면서 올림픽의 상업화 가능성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에 중국은 자신감을 가지고 올림픽의 개최가 결정된 2001년 이후 경기장 건설비 40조원을 비롯하여 216조원의 거금을 투입하였으며, 베이징시는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최근 10년간 20조원을 들였다고 한다. "더 이상의 투자는 아무도 모른다"는 중국인 학자의 말이 실감이 난다.

경기력에 있어서도 중국은 미국을 능가하겠다는 목표 아래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그들은 사회주의 정치체제가 아니면 실현이 불가능한 집중 투자로써 '사회주의식 시장경제'라고 하는 정치적인 장기 포석을 한 것이다. 이제 올림픽은 스포츠제전이라고 하는 본질을 외면한 채 비즈니스의 장으로, 또 체제의 우월성 확보라는 정치적 목적이 깊게 개입한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올림픽의 부활을 제청하면서 "올림픽은 참여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한 쿠베르탱의 말이 아주 순진한 것으로 들리는 요즘이다.

김동규(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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