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불교성지 순례, 일본인들 반했다

▲ 불국사 관음전 앞에서 합장을 하고 있는 일본인 성지 순례단.
▲ 불국사 관음전 앞에서 합장을 하고 있는 일본인 성지 순례단.

"한국에 네번째 왔지만, 관광이 아닌 순례는 처음이다. 6일 오후 불국사를 찾은 일본인 이노구치 도시야키(62)씨는 "불상 하나를 보더라도 한국에서 일본으로 불교를 전파했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순례소감을 말했다.

한국 33관음성지(觀音聖地) 일본인 순례단이 이날 경주 불국사 방문을 시작으로 우리 전통사찰 순례의 서막을 올렸다. '한국 33관음성지 순례'는 일본 불교신도들과 단카이 세대(2차대전 후 베이비붐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특별기획전으로 한국관광공사와 조계종단이 일본의 '서국(西國) 33관음사찰 순례'가 인기를 끌고 있는 데 착안해 개발했다.

일본 불교에서는 33관음성지를 순례하면 무병장수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로 연간 80만명이 참가할 정도로 성황리에 운영 중인 불교 관광상품. 한국의 33관음사찰 중 경북도내에는 불국사·기림사·은해사·직지사·고운사 등 5개 사찰이 포함돼 있다.

템플스테이 체험과 주지 스님의 설법, 다도체험 등 사찰별로 차별화된 다채로운 테마 또한 이 상품이 주는 묘미. 한국관광공사와 조계종단은 33개 사찰 완주자에 대해서는 소원성취 기념품과 인증서를 전달할 방침이다.

운영 첫해인 올해는 3천명 유치가 목표지만, 2009년 5천명, 2010년 이후에는 매년 1만명 정도 유치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33관음성지 순례를 목표로 할 경우 한 사람이 5, 6회 정도는 한국을 찾아야 완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국내 관광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6일 경주를 찾은 첫 순례단은 모두 100명. 환영식 후 저마다 관음전 법당에 좌정해 반야심경을 독송하며 한국 관음사찰에서의 첫 법회를 음미했다. 이들은 9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6개의 관음성지를 더 순례한다. 특히 첫 순례지인 불국사에는 요미우리신문과 닛칸스포츠·PKB마이니치방송 등 일본의 11개 유력 언론사에서 40여명의 기자단이 동행 취재에 나서 일본 측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순례단은 야간에 연꽃이 만개한 안압지와 첨성대를 답사하고 신라달빛기행 체험행사에도 참가하는 등 천년 고도 경주의 밤에 젖어 경주의 유구한 역사를 온몸으로 느꼈다.

김성경 경북도 관광산업진흥본부장은 "순례단의 첫 방문지가 경주 불국사라는 점이 무엇보다 경북지역 불교의 위상을 대내외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일본인 관광객 유치 확대 차원에서 이 상품을 적극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글 사진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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