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성로에서 길을 묻다] 시리즈를 마치며…

도시는 사람이고, 도심은 그 사람의 얼굴이다. 도심이라는 도시의 얼굴에는 그 도시가 겪어온 과거의 흔적들이 서려 있고, 현재를 느낄 수 있으며, 미래까지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하거나 어느 도시를 방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심을 찾게 된다.

대구는 그동안 우리의 얼굴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먹고살기 힘들던 시절에야, 열심히 일하고 도시 외곽에 뭔가 새로 짓게 되면 그게 발전인 줄 알았기 때문에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가 웬만큼 해결되고,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현재까지 망가져가는 우리의 얼굴을 그냥 방치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는 외국인이나 외부 손님들이 많이 찾는 큰 행사나 대회 때가 되면 거리환경정비다 뭐다 하며 소란을 피우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그 기간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이벤트만 끝나면 곧 혼란스런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도시를 단장하고, 디자인하며,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시민들, 바로 나 자신, 내 자녀들이 더 편안하고 풍요로우며 아름다운 삶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도시 다시 만들기가 필요한 것이다.

시민들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즐기는 도시야말로 외국인이나 외부인이 부러워하는 가장 매력적인 도시의 핵심이다.

그런데 매력적인 도시 만들기를 방해하는 큰 걸림돌은 관료적 성급함과 나만 생각하는 시민사회의 소아적 이기주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진도시들이 보여준 사례의 공통점은 시민사회의 합의와 동의·참여 속에 꾸준히 지속적으로 도시가꾸기를 펼쳐왔다는 것이다.

시장이 바뀌고 정권이 바뀐다고 기본방향이 달라지지 않았다. 애당초 특정 지도자 개인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사회 전체의 오랜 심사숙고 끝에 합의에 기초해 방향이 정해진 만큼, 보다 발전적인 개선이 있을 수는 있어도 별안간 없던 일이 될 수는 없었다. 이것이 선진도시, 선진사회, 선진국의 본 모습이다.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그것이 개인의 장기적인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성숙한 시민의식 또한 선진도시의 기본 조건이다. 강압적인 공권력의 행사가 최대한 절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조건적인 '떼법'이 통하지 않는다.

대립과 갈등, 생각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원만하게 풀어내는 능력을 사회 구성원이 갖출 때 비로소 선진사회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갈등과 이해관계의 대립, 욕망, 탐욕 등이 뭉쳐져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도심이다. 도심이 그 도시의 얼굴이고,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품격과 수준을 나타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럼, 지금 대구 도심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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