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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유통업계 최고 영업사원은 '날씨'

유통업계 최고 영업사원은 '날씨'

오후 3시. '맑음'이었던 날씨가 '비'로 전환되는 정보가 뜨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분주해진다. 미리 우산의 수요를 예측, 우산과 비옷 등을 매장 전면에 비치하는 것. 기온이 많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온장고에 캔 커피 등을 가득 채워둔다. 비오는 날엔 도시락'김밥'아이스크림'음료 등의 발주량을 10~15% 줄이는 것이 필수. 이는 (주)보광훼미리마트의 날씨 마케팅 방법. 이 편의점은 날씨를 적극 활용한 덕에 식품 전체 매출의 33%가 증가했고 생산량과 주문량 차이로 인한 손실을 15% 이상 절감시켰다.

이제 날씨는'최고의 영업사원'이 됐다. 특히 유통업계는'경기3할, 날씨7할'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날씨에 민감하다. 요즘처럼 지구 온난화로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대비, 기업들은 이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여러 기업들이 예측할 수 없는 날씨를 두고 소리없는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휴가를 앞둔 직장인 송진호(38)씨는 최근 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일찌감치 강원도의 콘도를 예약해두었지만 들쑥날쑥하는 날씨가 궁금하던 차에 '예약한 날짜에 날씨는 강수확률 90%'라는 내용이었다.

"대구에만 있다 보니 강원도 날씨를 일부러 찾아봐야 했는데, 콘도에서 이런 서비스까지 해주니, 특별히 대접한다는 기분이 들어 좋다"면서 "강수확률이 높다니 가족들 우산과 긴팔 옷을 더 챙겨가야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맞춤형 기상정보를 활용, 연간 1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내는 기업도 있다. 종합레저업체 한솔개발(주)은 전담예보관을 통해 1대 1 상담서비스 제도를 도입하고 시간대별로 정밀 분석한 주간예보, 3시간 단위별 날씨 예보를 직원은 물론 예약고객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지역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백화점들은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를 매출 호재로 삼아 쿨맥스 팬티, 불면증에 효과 있는 아로마제품, 숙면베개 등을 전진 배치했다.

신세계이마트는 아예 발주시스템 화면에 일주일 전후의 날씨가 정확히 나타난다. 덕분에 날씨에 민감한 상품의 발주량을 조절할 수 있는 것.

사정이 이렇다보니 날씨정보를 전문으로 제공해 수익을 올리는 민간 기상업체들도 날로 늘어나 현재 12개 정도의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1천여개가 넘는 회사들이 돈을 주고 민간 기상업체로부터 날씨 정보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기상산업의 연간 매출액 규모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1997년 4억7천만원에 불과하던 매출 규모가 2007년 290억원으로, 약 60배 성장했다. 하지만 미국은 1조5천억원, 일본은 3천억원인 것에 비교하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성정보 활용가치가 연간 6조5천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하니, 기상산업이 황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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