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天)지(地)인(人) 삼재(三才)에서 사주명리는 천(天)에 해당하고 풍수지리는 지(地 ), 한의학은 인(人)에 해당된다. 사주명리분야에는 유명한 인물로 격암 남사고, 토정 이지함 선생이 있고 근래에는 제산 박제현과 도계 박재완 선생을 거명할 수 있다. 도계는 1903년에 태어나 92년에 사망했다. 장수(90세)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다. 통상 사주 감정은 2만명은 임상해야 제대로 물리가 터진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고관대작과 기업가로부터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주를 보았다. 이름있는 고위관료와 사업가 치고 그에게 사주를 보지 않은 사람을 정도였고, 그 만큼 적중률도 높았다. 그가 남긴 저술은'명리요강(命理要綱)'과'명리사전(命理辭典)'. '명리요강'은 명리의 핵심 원리들을 요약한 것이고,'명리사전'은 그 원리들을 사례별로 풀어 놓은 책. 특히'명리사전'은 일본의 추명학자들이 일어로 번역본을 내자고 두번이나 요청했지만 도계는 이를 완강히 거절했다. 한국 명리의 노하우가 일본으로 흘러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계와 관련된 일화 하나. 12'12사태 이틀 후인 14일 이른 아침 도계는 서울 경복궁 근처의 모 안가로 강제로 모셔져야만 했다. 신군부의 군인들에 납치되다시피한 것. 12'12 거사 주체세력들의 명리를 봐다라는 이유에서였다. 과연 거사는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실패하여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것인가?. 거사 이틀 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 되던 시점에 신군부 주체들이 다른 일 제쳐두고 자신들의 사주팔자부터 보았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 은밀한 일화가 세간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바로'만세력(萬歲曆)' 때문이었다. 사주팔자를 보려면 반드시'만세력'이라고 하는 달력(생년'월'일'시를 볼 수 있는 육십갑자로 표시한 것)이 필요하다. 일명'염라대왕의 장부책'이라고 한다. 염라대왕의 장부를 보지 않으면 운명을 알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의 필수품은 신용카드 이지만, 역술인의 필수품은 만세력이나 다름없다. 도사는 주머니에 만세력 하나만 가지고 다니면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굶어 죽을 일은 없다. 자기 앞날의 운명에 대해 관심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
그런데 이날 도계는 만세력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군인들이 대전의 집으로 들이 닥쳐 순식간에 납치됐으니 만세력을 챙길 여유가 없었던 것. 그래서 박재완은 종로에 사는 제자 유충엽에게 전화를 했다."나 지금 서울에 있네. 급히 오느라 만세력을 안 가지고 왔는데, 좀 보내주게.""사람을 그곳으로 보내겠네." 전화가 끝나고 15분 정도 지났을 때쯤 검은안경을 쓴 건장한 청년 몇명이 유충엽으로부터 만세력을 받아 사라졌다. 그런데 도계는 신군부 주체들의 사주에 대해 "지금은 운이 좋다. 그러나 10년쯤 지나면 재(財)가 재(嶺)를 넘으면 재(災)로 돌아온다"로 감정했다. 도계는 사주에 대한 적중률도 적중률이지만 인품도 남달라 명성이 높아지고 적중률이 높아질수록 돈 문제에 담백하였다. 그만큼 단순한 술객 차원이 아니라 내면 수양에도 성취가 있었던 도계는 '사생(死生)은 유명(有命)이고 부귀(富貴)는 재천(在天)'이라고 했다. 053)958-7838.
지인(지인역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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