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법 주·정차 숨바꼭질 단속

▲ 대구시가 4일부터 대대적으로 불법 주·정차 단속에 나선 가운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온갖 잔꾀를 부리는 차량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6일 대구에서 나무판이나 비닐봉지로 가리거나 테이프를 붙여놓는 등 갖은 수법을 동원해 단속을 피하려는 차량들이 합동단속에서 대거 적발됐다. 고의적으로 번호판을 가릴 경우 형사고발된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대구시가 4일부터 대대적으로 불법 주·정차 단속에 나선 가운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온갖 잔꾀를 부리는 차량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6일 대구에서 나무판이나 비닐봉지로 가리거나 테이프를 붙여놓는 등 갖은 수법을 동원해 단속을 피하려는 차량들이 합동단속에서 대거 적발됐다. 고의적으로 번호판을 가릴 경우 형사고발된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5일 오후 2시 대구 달서구 감삼동 서남시장 일대. 달구벌대로를 따라 불법 주·정차 차량이 꼬리를 물고 서 있었다. 의미 없이 비상깜빡이를 켠 차들도 있었다. 이들 불법 차량들 때문에 바깥 차선에서 안쪽으로 끼어들려는 차량들이 깜빡이를 넣고 끊임없이 늘어섰다.

그러다 갑자기 일대에 큰 소란이 일어났다. 달서구청 이동식 CC TV 주차단속차량이 나타나면서 차 주인들이 몰려나와 한꺼번에 자리를 떴기 때문. 단속이 시작되자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던 아주머니는 비닐 모자를 쓴 채 차를 뺐고, 상가에서 신발을 미처 신지도 못한 맨발의 청년도 급히 차를 몰고 사라졌다. 뒤늦게 쫓아나와 단속에 걸린 50대 남자는 단속차량을 막아서며 "예고 없이 단속을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 급한 볼일을 어떻게 보느냐?"며 단속반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달서구청 이승규 교통지도팀장은 "욕만 하는 주민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한번은 낫을 들고 뛰쳐나오는 사람도 있었다"며 "단속반원들은 욕을 듣는 게 일상사"라고 말했다.

단속반원들은 1시간쯤 뒤 달서구 장기동 자동차매매상사 부근으로 이동했다. 서남시장과는 달리 도로에는 불법 주·정차 차들이 즐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랴부랴 뛰어나오는 시민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배짱 주차'가 성행하는 이유는 단속을 교묘하게 피하기 위해 미리 번호판에 손을 써 놨기 때문. 그 수법도 가지각색이었다. 1t 트럭들은 화물칸 뒷문을 열어 젖혀 번호판을 가려 놓거나 일부러 간격을 좁혀 주차한 차도 많았다. 휴지에 물을 묻혀 번호판을 가리거나, A4용지로 덧대고, 4자리 숫자 중 하나에만 이상한 스티커를 붙여놓는 등 잔꾀도 수준급이었다. 심지어 고장 난 차량으로 보이기 위해 차 보닛을 젖혀 놓기도 했다. 뒷번호판을 떼낸 승용차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단속 대상이었다. 얼마 전만 해도 단속반원들이 단속차량에 탄 채 주·정차 차량 곁을 스쳐 지나가며 적발했으나 요즘에는 '배짱 주차족' 때문에 차량에서 내려 일일이 확인하며 단속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특히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번호판을 가릴 경우 형사고발조치돼 50만∼100만원까지 벌금이 부과된다. 한 단속반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경우"라며 씁쓸해 했다. 이날 번호판을 갈색 판자로 가렸다가 단속당한 50대 남자는 단속반에게 "이제 어떻게 하느냐"며 선처를 호소했다.

대구시는 지난 4일부터 불법 주·정차 특별단속반을 편성해 연말까지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서고 있다. 6일에는 동구와 북구, 7일에는 수성구에서 합동 단속을 벌이고 있다. 시는 하루평균 1천618건을 단속해 평소보다 50%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시 박효갑 교통관리과 담당은 "차를 댈 곳이 없으면 갖고 나오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며 "시민의식을 높여 승용차 이용률을 현재보다 20% 이상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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