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기행]이탈리안 레스토랑 '포도'

맛·인테리어·주인 성품…자연을 향한 3박자

송죽미용실, 박동준패션 등 독특하고 세련된 건물들이 위치한 대백프라자 인근 골목 어귀, 독특한 건물 하나가 눈길을 끈다. 건물 외관은 세로로 제재한 나무로 통일하고 창문은 최소화했다. 단순하되 나무 향이 느껴지는 이곳은 문을 연지 일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포도(053-428-9060)'.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름 치고는 참 정겹다. 대구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50여개. 이 가운데 갓 문을 연 이곳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포도'는 부부의 안목과 취향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곳. 건물은 건축가인 남편 김찬호씨가, 내부 인테리어는 앤틱 및 명품그릇 샵을 운영하던 부인 김황경씨가 맡았다.

"주변에 크고 좋은 건물들이 많아서 외관 디자인을 제일 고민했어요. 원래 주택이었던 이곳은 부지가 작거든요. 그래서 소재를 차별화했죠."원목을 폭넓게 제재해 건물 외벽을 감쌌다. 덕분에 작지만 당당하고 커 보이는, 독특한 건축물이 완성됐다. 건물 사진 촬영을 위해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다.

'포도'의 음식을 맛보면 건물 외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곳은 음식의 맛과 건물 생김새, 주인의 성품까지'자연 그대로를 살린다'는 하나의 흐름을 갖고 있다.

주방장 정명상씨가 가장 신경쓰는 것은 식재료. 매일 그날의 장을 봐 신선하게 조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파스타와 빵, 야채는 모두 유기농이란다. 화학조미료는 절대 사절. 일일이 야채'조개'고기 등으로 육수를 낸다. 김사장은"주방에 CCTV를 달아 홀에 공개하고 싶을 정도"로 자신있단다. 이 때문에 제법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난 후에도 부대끼지 않고 뒷맛이 깔끔하다.

'포도'의 테이블세팅 또한 건물만큼이나 독특하다. 이탈리아 음식은 하얗고 깨끗한 그릇에 담겨 나온다는 편견은 버릴 것. 대신 투박한 질그릇같은 우리 그릇이 놓여져 있다. 도예가 이윤신씨의 작품들인 이 식기들은 투박하지만 따뜻한 감성을 담아 음식과 잘 어울린다. 유약을 바르지 않은 곳은 군데군데 이가 빠지기도 하지만 이 또한 이곳의 역사로 남을 것이다. 이 때문에 손님도, 사장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스테이크 접시 하나가 30만원이나 한다니, 이 집이'그릇'에 쏟은 정성을 알 만 하다.

부부의 시선이 교차되는 인테리어도 눈여겨 볼만하다. 남편 김씨가 좋아하는 철 기둥을 세운 모던한 공간에 200년 이상 된 영국 고가구가 놓여있다. 부인 김씨의 소장품으로, 자칫 차가워보일 수 있는 공간에 온기를 흐르게 한다.

테이블은 1,2층 합해 12개 정도. 작은 만큼 주방과 고객과의 소통이 가능한 곳이다. '알아서'달라고 주문하면, 메뉴에 없는 새로운 요리도 곧잘 등장한다. 대접받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음식맛과 분위기, 삼박자가 어우러진 덕분일까. 일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단골이 많다. 병원에 입원 중이던 한 단골손님은 여기 스테이크가 그리워 먹고 다시 입원했을 정도라고 하니, 마니아들의 사랑을 알만하다.

등심스테이크(3만2천원)엔 소스가 없다. 허브에 오래 재워뒀다가 올리브오일에 구워내기 때문에 담백한 게 특징. 해산물토마토소스파스타(1만8천원)엔 신선한 해물이 가득하다. 3만~15만원대의 와인 100여종을 갖춰놓아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를 수있다. 닭다리살 구이와 샐러드(3만2천원), 가리비 관자살과 고소한 소스의 해물요리(3만5천원) 등은 손님들에게 꾸준히 인기있는 메뉴다. 양이 푸짐한 것은 기본이다.

김황경 사장은'포도' 2호점을 준비 중이다. "전통이 있고 문화가 있는, 세월의 흔적이 쌓여가는 긴 호흡의 식당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를 이어 찾아올 수 있는 유서깊은 곳이 대구에도 한군데 쯤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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