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장윤정

독보적인 신세대 트로트 퀸

한달에 차량 기름값만 500만원. 하루에 소화하는 일정은 대략 6~7개. 스물여덟살 트로트 퀸 장윤정의 일상이다. 2003년 10월'어머나'로 데뷔한 이래 가장 긴 휴식이 일주일이었다. 원더우먼 같은 열정으로 5년을 달려온 장윤정을 만났다.

장윤정은 검은색 미니스커트에 진분홍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거기에 만화 캐릭터 스누피가 그려진 시계를 찼다. 그간 한번도 시도한 적이 없던 패션이다. 장윤정의 발랄한 모습에 눈이 절로 즐거워졌다.

"20십대의 나이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시도해 봤어요. 저도 사실 좀 어색하네요. 방송 때문에 대기실에 이러고 앉아 있는데 후배 아이들 그룹을 보기가 얼마나 민망하던지…. 한편으론 나도 이럴 수 있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장윤정은 최근 나온 4집 타이틀곡'장윤정 트위스트'를 위해 이런 패션을 콘셉트로 정했다. 가수의 이름이 제목에 들어가 특이한'장윤정 트위스트'는 경쾌한 정통 트위스트 리듬에 남녀노소 누구나 신나게 즐기자는 가사가 어우러진 재미있는 노래다.

"노래방에서 부를 때 자기 이름을 넣으면 돼요. 그럼 자기 이름이 들어간 트위스트 곡이 되는 거죠. 나라도 어수선하고 힘든데 노래를 들을 때 만은 모든 걱정 근심을 잊으시라는 바람에서 신나는 노래를 들고 나왔어요."

이밖에도 음반에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트로트곡이 담겼다. 남녀노소가 모두 찾는 자신의 공연을 염두에 두고 고른 곡들이다. 세미 트로트곡인'나 잡아 봐라'와 1970~80년대 포크곡 느낌의'거짓말'등 노래를 통해 트로트에 다양한 변주를 주었다.

정통 슬로우 트로트곡'애가타'는 이건우 작사가의 1천번째 가사라 의미가 깊다. 장윤정은 "노래를 부르며 스

스로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렀다"며 곡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시했다.

이 가운데에는'거북이'멤버인 고(故) 임성훈이 작곡한'사뿐사뿐'도 있다. "임성훈이 저 세상으로 갔다는 얘길 듣고 정말 기가 막혔어요. 대기실에서 절 만나'트로트 작곡에 관심이 있다'고 말해 제 앨범에 참여하게 됐는데 결국 녹음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뜬 거죠. 마지막으로 보낸'노래를 보냈다'는 문자를 아직까지 지우지 못하고 있어요."

임성훈의 얘기로 잠깐 어두운 표정을 지은 장윤정은 이내 특유의 명랑함을 되찾았다. 바쁜 스케줄 중간에 피곤할 법도 그는 시종 쾌활함을 잃지 않았다. 넉살 가득한 입담은 개그우먼 못지않았다.

무대에서는 열정을 내뿜으며 공연을 펼치고 이동할 때에는 차 안에 마련된 반주기계로 끊임없이 노래연습을 한다. 노래방 기계에 소개된 트로트 곡은 모르는 게 없다. 옆에 있는 매니저가"장윤정은 낯선 노래를 노래방 기계에서 발견하면 그냥 눌러보고 연습한다"고 거든다.

다른 장르의 가수와 달리 디너쇼나 KBS '가요무대' 등 무대에서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불러야 하기 때문에 연습은 기본이다. 장윤정은 다른 트로트 곡을 연습하다 경험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살랑춘풍'이라는 노래가 있었어요. 트로트곡은 정말 자신이 있는데 노랫말이 시조같고 음색이 낯설어서 부르기가 조금 힘들다고 느꼈는데 마침 '가요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게 된 거에요. 그런데 무대에서 NG를 냈어요. 정말 저 NG 안 내는 가수인데…."

트로트 가수의 길은 정말 쉽지 않다. 그냥 트로트를 조금 부른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남의 노래도 잘 불러야하고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있어야 한다. 신세대 트로트 가수가 '되는 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장윤정에 필적하는 후배 가수가 등장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트로트 장르가 처음엔 쉬워 보이니까 도전을 했다가 어려움을 느끼고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장윤정의 얘기다.

약해 보이기만 하는 가녀린 외모에서 이런 열정과 에너지가 나온다는 게 놀랍다.

"처음엔 힘들어서 쓰러지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괜찮아요. 어느 고비를 넘기니까 일에 적응 되더라고요. 20대를 정말 불사르듯이 살고 있죠. 타는 줄 뻔히 알면서도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다고나 할까. 후회는 없어요."

트로트만 부르는 가수 생활이 답답하지는 않을까. 대답은 단호하게 'No'다.

"트로트만 부르는게 답답하다기 보다 오히려 부담이 많아요. 젊은 사람이 성인가요를 하니까 더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연기나 프로그램 진행은 시간이 없어서 못해요.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도 하기 힘들고요."

장윤정은 지난 2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의 파일럿 프로그램에 알렉스와 커플로 출연했다. 반응이 좋아 이 코너가 정규 코너로 자리잡게 되면서 장윤정에게도 '러브 콜'이 들어왔다. 그러나 장윤정은 바쁜 일정과 '가상 부부' 설정에 대한 부담 탓에 출연을 고사했다. 그래도 후회는 전혀 없다. 그녀에게는 이미 예능 프로그램의 장윤정이 아니라 신세대 트로트 퀸 장윤정이라는 독보적인 타이틀이 있기 때문이다.

장윤정과의 대화는 끝내기가 싫을 정도로 즐거웠다. 그러나 장윤정은 생방송 무대 일정 때문에 더 이상 짬을 내지 못했다. 장윤정은"궁금한 거 있으면 전화, 전화주세요. 더 얘기하자고요"라며 명랑함을 이어갔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트로트 퀸 장윤정은 괜히 만들어진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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