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범 3년차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표류중

市 지나친 입김·애매한 정체성으로 '파열음'

▲ 자족형 복합신도시를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시작된 이시아폴리스 조성이 대구시의 지나친 간섭과 민간 사업자 의욕 상실, 부동산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흔들리고 있다. 공사 진척이 제대로 안되는 이시아폴리스 현장. 윤정현 인턴기자
▲ 자족형 복합신도시를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시작된 이시아폴리스 조성이 대구시의 지나친 간섭과 민간 사업자 의욕 상실, 부동산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흔들리고 있다. 공사 진척이 제대로 안되는 이시아폴리스 현장. 윤정현 인턴기자

출범 3년차를 맞은 대구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가 '삐꺽'거리고 있다.

산업단지 개발로는 드물게 민·관이 출자하는 제3섹터 방식을 채택, '자족형 복합 신도시'를 표방하며 사업에 들어갔지만 단지 정체성과 개발 주도권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부동산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이시아폴리스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대구시의 지나친 의욕(?)

제3섹터 개발은 관(대구시)과 민간이 공동으로 출자를 하고 사업주도권은 민간이 갖는 형태다.

외부 자본과 민간의 사업 경험을 SOC 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 하지만 이시아폴리스는 현재 '대구시에 의한 대구시의 사업'이다. 포스코건설을 주간사로 하는 8개 민간기업이 참여해 있고 전체 지분의 80%(대구시 20%)를 갖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단지내 용지 분양 가격을 결정하고 입주 업체 유치까지 대구시가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구시의 커진 목소리가 지금까지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분양가격을 두고 결정이 번복되면서 일정이 연기되고 특정 업체 유치에 지나치게 매달리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는다는 지적을 일고 있다.

영원무역과 롯데쇼핑이 대표적인 사례.

영원무역은 당초부터 본사 이전이나 공장 설립이 아닌 물류단지 부지를 희망하면서 분양 가격을 3.3㎡당 50만원(정상 분양가의 30% 수준)으로 요구를 해왔다.

컨소시엄사의 한 관계자는 "물류단지 부지로 3만㎡가 넘는 땅을 헐값에 달라는 것은 솔직히 땅 투자로 볼 수밖에 없고 받아들일수 없는 요구였지만 시가 '영원무역'이란 브랜드에 지나치게 매달려 6개월 이상의 시간을 허비했다"고 밝혔다.

결국 영원무역은 땅값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시아폴리스 입주를 포기했고 외부적으로는 단지 이미지 실추로 이어졌다. 상업 부지내 입점을 추진했다 포기한 롯데쇼핑도 시가 유치에 집착을 하면서 시간을 끈 탓에 상업 부지 분양의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애매한 단지 정체성

대구시의 주도권 행사는 이시아폴리스 단지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시아폴리스의 시작은 봉무산업단지. 1999년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했으나 재원부족과 관주도 개발의 한계에 봉착하면서 민간사업자를 공모했으며 당시 시가 내건 것이 '민간 사업자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통한 개발이었다.

이에 따라 포스코 컨소시엄은 단순 산업단지가 아니라 주거와 상업 시설, 일자리(산업단지)가 공존하는 미래형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했고 시는 포스코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개발의 무게중심도 공업 부지 개발에서 주거 및 상업 기능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이시아폴리스는 출범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신도시의 이미지를 심지 못하고 있다.

부산의 센텀시티나 인천 송도 신도시가 사업 시작과 함께 전국적으로 미래형 신도시로 주목을 받고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시아폴리스는 아직도 산업단지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한 것.

이시아폴리스 한 간부는 "산업용지에는 오폐수 처리 시설이 전혀 없어 제조형 공장의 입주가 불가능하며 개발 목표도 상업 및 주거 시설이 어울러진 연구기능 중심의 단지 개발"이라며 "시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반 산업단지 이미지만 부각되는 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산업 단지의 지나친 부각은 상업시설이나 아파트의 투자매력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이시아폴리스의 또다른 고민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3천500가구에 이르는 전원형 아파트를 비롯해 패션몰과 대형 테마파크 등이 들어서는 18만㎡의 상업부지, 25개 연구기능을 가진 업체들이 입주를 하는 100만㎡의 대형 개발사업이지만 미래형 '신도시'란 이미지는 '쑥' 들어간 상태다.

◆사업 주체에서 한발 물러선 민간 사업자들

포스코 컨소시엄은 이시아폴리스 개발에 보상금을 포함, 1조3천억의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보상금을 빼고는 현재 투입된 재원은 거의 없다. 전체 사업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올초 착공식은 가졌지만 기반 공사조차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다.

한 때 소문으로 떠돌았던 컨소시엄사들의 사업포기설도 이러한 현실에 기반한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갈수록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어 컨소시엄사들이 발을 빼더라도 100억원의 출자금을 제외하면 별로 잃을 것이 없기 때문.

컨소시엄 참여사들은 "사업포기는 전혀 현실성이 없지만 관 주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솔직히 별다른 책임감이 없는데다 시의 무리한 요구가 많아질수록 사업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포스코건설은 컨소시엄 주간사지만 현재 아파트 시공이라는 단순한 하도급 업체의 지위에 머물러 있다.

송도나 센텀시티 개발 때는 본사 이전이나 외국 병원 유치, 대규모 외자 유치 등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이시아폴리스 사업에서는 임원을 파견한 것을 빼고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한 대표는 "입지로 볼 때 이시아폴리스는 상당한 개발 매력을 갖고 있지만 시의 입김이 너무 강해 민간 투자의 매력을 잃고 있다"며 "또 시가 주도권을 행사할수록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꼴이 될수도 있는 만큼 사업자 공모 취지를 살려 민간 사업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춘수 기자 zapper@msnet.co.kr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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