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성원전 어민보상 제자리 걸음

"어민들뿐이라면 어떻게 방안을 찾아볼 텐데…."

최근 경주어업인생존권비상대책위와 협의를 하고 나온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고개를 떨구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협의만도 수십여차례에 이르지만 별무소득인데다 언제 해결될지 기약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 측과 어민들 사이에 끼여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고 한걸음 한걸음이 살얼음판이라고 했다.

한수원이 선주와 선장·기관장들로 구성된 경주어업인생존권비상대책위가 요구하는 매년 30억원 지원 방안을 찾지 못해 고민이 쌓여가고 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길이 없어서다.

지난 3월 어업인들이 어로행위를 못한다며 보상차원에서 면세 유류비 지원을 요청하자 한수원은 "안 된다"고 했으나 워낙 요구가 강하자 이 문제를 일단 지난 4월 29일 이사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부결'. 원인은 간단했다. 요구 자체가 무리이기도 하지만 "선주·선장들에게 매년 30억원을 준다면 인근 농민들은 가만히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상인과 식당 등도 마찬가지로 요구할 것이 불 보듯 뻔했고, 그렇게 되면 경주는 물론 전국에서 한수원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가 우선했던 것이다.

그러자 선주와 선장들은 다른 방안을 찾아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일 양측 협의장에서 대책위 측은 "더이상 시간을 끌 경우 방폐장 건설 공사는 물론 월성원전 가동도 사실상 중단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강경 방침을 밝혔다.

한수원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주 11개 어촌계를 중심으로 한 방폐장건설저지비상대책위도 있다. 이들은 "한수원이 주민과 협의 없이 방폐장과 관련한 항만 방파제와 방폐물 운송선박의 규모를 변경했다"고 항의하고 있다. 한수원이 50m 길이로 예정했던 방파제를 100m 규모로 증축하고, 방폐물 운송 선박도 당초 1천800t 규모에서 2천600t급으로 설계해 상태계 파괴는 물론 모래 유실 등에 따른 어업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수원 측은 "설명회 당시에는 항만기본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방폐물 운송의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선박 규모가 커졌을 뿐"이라며 어민들을 설득하고 있으나, 냉담한 반응뿐이다. 방폐장저지비상대책위 일각에서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월성원전 앞바다 한정어업에 대해서도 내부 논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나흘 동안 월성원전 앞에서 주민 600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던 방폐장저지비상대책위가 또다시 대규모 항의 시위를 준비하고 있어 한수원 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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