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주홍날개 꽃매미

절기상으로 立秋(입추'7일)를 지났지만 체감 날씨는 여전히 한여름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매미 소리가 아직은 제 세상이란 듯 요란스럽다. 특히 도시에서는 매미 중에서도 가장 그악스럽게 울어대는 말매미떼가 한여름 불면증의 주범으로 눈총을 받기도 한다. 귀가 따가울 만큼 시끄러운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매미 소리 없는 여름은 너무 이상할 것 같다. 꽁무니 빨간 고추잠자리가 가을을 가을답게 하듯 매미가 울어대야 여름답지 않을까.

우리땅에서 살고 있는 매미의 종류는 대략 15~30종에 이른다고 한다. 주변에서 쉽게 보는 것들로는 참매미'쓰르라미'애매미'말매미'유지매미 등이 대표적이다. 흔히 매미 울음소리를 '맴맴'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종류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책(저자 최상일)에는 매미 울음소리에 대한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이를테면 '이촉강 저촉강' 하며 우는 것들은 초여름 매미들이고, '매롱 매롱'은 한여름 매미, '들녁들녁' 하며 우는 녀석들은 늦여름 매미들이라는 것이다.

매미의 입장에서 보면 왜 그것들이 그토록 죽자사자 울어대는지 알 것도 같다. 종류에 따라 짧게는 1년에서 3, 4년 또는 5, 6년, 심지어 20년 가까이 땅속에서 애벌레로 살아야 하는 것들도 있다 한다. 脫皮(탈피)를 거쳐 어른 매미가 됐을 때 수명은 기껏 한 달 정도. 매미의 울음소리란 짧은 일생동안 種(종) 번식을 서둘러야 하는 매미들이 애타게 짝을 부르는 求愛(구애)의 노래인 것이다.

그런데 매미 중에도 울지 않는 매미가 있는 모양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국산 '주홍날개 꽃매미'가 그 예다. 2006년 5개 분포 지역에서 올해는 10개 지역으로 늘어나면서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주홍날개 꽃매미 발생주의보를 발령했다. 기존 매미들과 사뭇 달리 붉은 바탕에 검은 반점 무늬를 가졌다는데 아직 대구'경북까지는 번지지 않은 듯하다.

이름도 예쁜 이 매미들이 요주의 대상이 된 것은 가죽나무 등의 수액이나 포도과즙 등을 빨아먹고 사는 탓에 나뭇가지를 말라죽게 하고 과일의 상품가치를 떨어뜨리는 등 피해를 끼치는 해충이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엔 천적이 없어 전국적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매미의 세계도 '舊官(구관)이 역시 名官(명관)'인가 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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