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리 인상, 이자충격 보완책 있어야 '입에 쓴 보약'

한국은행은 '이자 폭탄'에 대한 산업현장과 가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렸다. 물가를 잡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자 상승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경기부양이나 기업지원책 마련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물가 잡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5.9%나 급등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앞으로가 더 문제.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인상 요인이 발생한 전기료, 가스료 등 공공요금이 오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를 넘길 수도 있다. 자칫하면 '단군 이래 최악의 사태'였다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높을지도 모른다고 중앙은행은 고민했다.

게다가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 즉 원가 상승 요인이 크지 않은 부문에서마저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덩달아 오른 학원비 등 서비스업종 부문이다.

통화당국은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전 세계 경기가 동반추락하고 있어 앞으로 경기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므로,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번을 금리 인상의 마지막 기회로 봤을 것이란 분석도 하고 있다.

지난 6월 현금과 요구불예금, 단기 정기예금 등을 더한 '광의통화(M2)'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5.1%나 늘어난 만큼 하루빨리 과잉유동성을 잡아야 물가상승 추세를 잠재울 수 있다는 것.

각종 분석에 따르면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소비자물가는 1차연도에 0.06%p 하락하고, 2차연도부터는 하락률이 0.13%p까지 확대된다고 한다.

◆기업·가계는 전전긍긍

영국계 은행인 HSBC은행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것과 관련, "한국 경제에 해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가중된 것인데 유동성을 억제한다고 해서 수입 물가 압력을 누를 수는 없다는 것. 이 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계와 중소기업의 채무부담만 늘려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도 하소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구 염색공단 기업주는 "기업체의 95% 이상이 빚을 안고 사업을 한다. 요즘은 이자율이 0.1%p만 차이 나도 친하게 지내던 은행 지점장을 외면하고 다른 은행 지점으로 옮겨가는 판이다. 석탄 가격 인상에 따라 하루아침에 연료비가 50% 가까이 오르는 상황에서 이러지 않고는 버텨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기업주는 "미국의 중앙은행 총재는 세탁소를 다니며 실물 경기를 파악한다는데 한국은행은 얼마나 실물경기를 아는지 모르겠다. 0.25%p 이자율이 오르면 수십억원씩 빚을 지고 사는 기업들은 수천만원의 추가 이자부담을 져야 한다. 수천만원 벌려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가"라는 반문도 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절대 다수인 96%가 위기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증가는 중소기업의 경영의욕을 꺾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게다가 이미 올 상반기부터 이자를 제때 못 내는 기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율 상승은 '배 째라' 기업을 양산하고, 이의 연장선에서 금융회사의 부실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실제로 금리 인상이 터져나온 7일 은행주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기업 대출 연체율 증가에 따른 은행의 부실 위험이 제기됐다.

가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2002년 439조원이었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630조원을 웃돌 만큼 급증했다. 2002년 이후 본격화한 아파트 광풍 속에 너도나도 돈을 빌려 아파트 투자에 나서면서 가계 빚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18%에서 148%로 올라간 상황.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 떨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은행들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른 날 일제히 예금금리 인상안을 발표했다.

◆금리 인상, 역효과를 막아라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기업들의 채무부담 증가로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가계도 쓸 돈이 줄어듦에 따라 소비는 한층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먹는 것과, 아파서 사먹는 약 등 비내구재를 제외하고는 가구 등 준내구재와 내구재 소비는 급감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가계가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인데 이자율까지 오르면 지갑은 더욱 열리기가 힘들다는 것.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향후 경기가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이명박 정부 경제팀은 경기 방어를 위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정부가 표방해왔던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 대운하 등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를 시행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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