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귀한 손님 오면 쪄내던 귀한 간식

작은방 옹기종기 둘러앉아 옥수수 알을 떨어지지 않고 길게 따는 놀이를 한다. 옥수수 알을 양대와 팥을 넣고 군불솥에 알이 터지도록 삶는다. 진득할 때까지 삶아 밥 대신 먹던 유년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아파트 지구이지만 20년 전 고산에서 세 들어 살던 시절 시집서 한 차 싣고 온 옥수수를 대문 밖에 걸어 둔 가마솥에 한 솥 넣고 맨 위에는 고구마를 얹고 삶은 후 옥수수와 고구마를 옆집사람들과 큰 다라이째 둘러앉아 먹는 맛이란, 이 맛이 강원도 찰옥수수 맛이라고 감탄사로 고마움을 표시하던 옆집사람들이 가고 나면 하나뿐이던 청구전원아파트 앞에 이고 가 몇 개에 2천 원씩에 팔면 금방 동이 난다.

이맘때면 강원도 옥수수 언제 오냐며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이웃들은 옥수수를 기다린다.

내일이 어머님 생신이다. 생신을 하고 1톤 트럭 가득 옥수수를 싣고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기다리는 지인들께 문자를 날린다.

가을쯤 어머님이 한 가마니씩 옥수수 알을 정미소에서 도정을 해 주시면 베란다에서 귀한 손님이 오시거나 모임에 갈 때 팥과 양대를 넣고 압력솥에 진득할 때까지 삶아서 간식으로도 먹고 식사로도 내어놓는다.

이런 것 처음들 먹어보신다고들 맛있게 신기해하며 먹어주는 지인들이 고맙다.

안순이(대구 수성구 신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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