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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물가상승률 전국 최고…통계의 함정?

대한민국에서 서민으로 살기는 꽤 팍팍한 일이다. 날로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뒷걸음질치기 바쁘다. 고물가의 고통에 예외는 없을게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유독 대구경북의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것. 특히 경북은 지난 5월부터 석달째 물가상승률 전국 1위를 지키고 있다. 왜 대구경북의 물가상승률이 유독 높은 것일까.

대구경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경북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1%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최고 수준이고 IMF 사태를 겪던 1998년 5월(7.4%)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 평균인 5.9%보다 1.2%p나 높다. 물가상승률은 강원과 제주가 7.0%로 뒤를 이었고 충북 6.8%, 전북과 경남 6.7%, 울산 6.6%, 전남 6.3% 등의 순이었다. 반면 서울은 5.0%로 상승률이 가장 낮았고 부산 5.8%, 대전 6.0%, 대구 6.5% 등이었다.

지난 7월 대구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5%로 전국 평균(5.9%)보다 훨씬 높았다. 1998년 11월 6.2% 상승 이후 최고 수준이며 서울과 전국 6개광역시 가운데는 울산(6.6%)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유가 상승과 농산물 가격 인상이 전국적인 현상인데도 왜 대구경북의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일까. 여기에는 통계의 함정이 숨어있다. 물가상승률은 각 품목 당 기준가격에 비해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가늠한다. 따라서 기준 가격이 낮았다면 같은 액수가 오르더라도 물가 상승률은 더욱 높게 나타나게 된다. 가령 자장면 한 그릇에 서울이 4천원, 경북이 3천원이었다면 똑같이 1천원씩 오르더라도 서울은 25%, 경북은 33.3%가 오른 셈이 되는 것. 결국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했던 곳일수록 같은 액수가 올라도 물가 상승률은 더 크게 나타나고,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도 더 크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왜 대구경북의 물가는 그동안 다른 지역보다 낮았던 것일까. 이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황이 지속되다 보니 가격 상승 요인이 있어도 업주들이 값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 물가 조사 지역이 한정된 탓도 있다. 경북의 경우 포항, 구미, 안동, 경주 등 4개 도시만 물가 조사를 한다. 때문에 대형 공단 덕분에 돈이 돌고 소비가 활발한 포항과 구미는 기준가가 전국 평균 이상이지만 경주나 안동은 인구도 상대적으로 적고 가격도 낮은 편에 속한다.

황병수 대구경북지방통계청 물가통계팀장은 "현장 실사를 나가보면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장사가 안되서 못 올린다는 업주들이 수두룩하다"며 "외식과 사교육 가격이 비싸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만 올라도 체감 정도와 고통은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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