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신장염 걸려 1년간 옥수수 수염 차 마셔

찜통에서 갓 쪄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찰옥수수는 정말 맛있다. 이처럼 맛있는 옥수수 싫어하는 사람 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생은 옥수수를 무지 싫어한다.

어린 시절 유난히 겁이 많던 동생이 여덟살이 되어 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학교 화장실이 무섭다며 매일 매일 대소변을 참고 집에 와서 볼일을 본 것이다. 그 당시 학교 화장실은 지금처럼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었기에 겁 많은 동생이 볼일을 보기엔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이다. 학교 들어가고 한 달도 채 안 되어 탈이 나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동생의 얼굴이 공처럼 부풀었고 손이며 발도 퉁퉁 부어 모두들 깜짝 놀랐다. 어머니는 부랴부랴 병원에 데리고 가셨고 신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소금이 들어간 것 절대로 먹이지 말고 소변을 참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 이후 동생은 한참 동안이나 학교를 쉬었다. 그리고 밥은 맨밥에 물이나 달걀과만 먹고, 물은 옥수수 수염 차만 먹었다. 그 당시에는 귀한 달걀을 매일 먹는 동생이 속으로 좀 부럽기도 했다. 그래서 달걀도 뺏어먹고 옥수수 수염 차도 뺏어먹었는데 옥수수 수염 차는 정말 맛이 없었다.

그렇게 맛없는 옥수수 수염 차를 1년 가까이 먹는 동생이 참 대견했다. 그 당시 동생은 옥수수에 얼마나 질렸던지 지금도 옥수수 하면 치를 떤다.

오늘 시장에 갔다 오는 길에 노점상이 파는 옥수수를 보니 왠지 동생 생각이 났다.

이제 불혹의 나이도 넘었는데, 조금은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차무성(대구 북구 읍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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