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사랑니

KBS2TV 10일 오전 1시 25분

1995년 개봉된'러브레터', 2000년 개봉된'번지점프를 하다'는 치밀한 시간 구성으로 추억과 사랑을 넘나드는 영화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된 것이 김정은 주연의 '사랑니'(2005년)다.

'해피 엔드'의 정지우 감독이 6년여 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만든 '사랑니'는 30세 학원 여강사와 과거 애인의 이름과 동일한 17세 고교생 제자와의 로맨스를 그린 판타지 드라마다.

앞만 보고 걸어온 입시 과외학원의 수학강사 조인영(김정은). 그녀는 아름답고 씩씩한 여성이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의 고요한 일상이 모두 허물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련한 첫사랑의 모습을 꼭 빼닮은 17세 이석(이태성)이 학원생으로 들어온다.

인영은 자신의 첫사랑과 놀랍도록 닮은 그를 사랑하게 되고, 이석 또한 인영을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이다.

그러나 고교시절 동창이자 룸메이트인 정우(김영재)는 이석을 직접 보고도 과거의 이석과 전혀 닮지 않았다며 인영의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교복을 입은 17세의 여고생이 학원으로 이석을 찾아온다. 한편 정우는 자신의 첫사랑과 닮았다고 착각하며 17세 이석과의 사랑에 푹 빠져 버린 인영을 보다 못해 서른 살이 된 인영의 '진짜 첫사랑 이석'을 그녀 앞에 데려오는데….

사랑니는 한번은 거쳐야 할 성장통이다.

생각할 때마다 욱신거리고, 아픈 것이 사랑니다. 그렇게 보면 첫사랑도 그렇다. 아련한 추억이 되면 좋으련만, 늘 현실에 나타나 사람을 괴롭힌다. 영화 속 여주인공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랑니를 가지고 고통받는 것처럼 첫사랑을 못 잊어 한다.

영화는 그런 복잡 미묘한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기억과 시간이 뒤섞이는 실험적 방식으로 구성돼 관객들이 따라잡기에 쉽지 않다.

등장인물 또한 조인영과 제자 이석 외에 여주인공의 과거를 보여주는 여고생 조인영(정유미)이 현실에 나타나고, 여기에 13년 만에 나타난 실제 첫 사랑 이석(김준석)과 현재 조인영과 동거하는 남자친구 정우까지 등장한다.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네 명의 등장인물들이 존재하고 있는 시간이 선이 뚜렷하지 않고 묘하게 엇갈린다.

마치 첫사랑에 대한 기억처럼 말이다. 사랑했던 이와 함께했던 장소, 습관, 추억 등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사랑과 그 소중한 것들을 다시 반복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문득 놀라는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은 곧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열일곱이든, 서른이든 사랑니가 돋아나는 아픔은 똑같이 고통스럽다. 사랑도 마찬가지로 어느 나이나 사랑의 감정은 갑자기 다가오고, 피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인영은 "사람이 사람 때리는 게 나쁜 짓이지, 불륜이고. 누구랑 키스하고 싶은 게 나쁜 일이야?"라고 묻는다.

과거에서 금방 걸어나온 듯한 17세 소년과 추문이 될지도 모를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겁 많았던 그때와 달리 이제 "겁 없이 용감하게 사랑하라"고 말하고 있다. KBS2TV 10일 오전 1시 25분 방송.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