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식물 이물질, 분쟁만 있고 보상은 없다

"청량음료에서 고무가 나왔어요."

지난 3일 청량음료를 마시다 1㎝크기의 이물질을 발견한 박모(58)씨는 깜짝 놀라 제조회사 고객상담실로 전화했다. 5일 뒤에 찾아온 업체 직원은 청량음료 2박스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박씨는 "이럴 거면 전화를 하지도 않았다"며 맞섰지만 직원은 "이물질이 곡물류로 판단되는 만큼 제조과정의 문제가 아니다. 불량품은 교환·환불이 원칙이지만 도의적 책임으로 음료수 2박스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늘어나는 먹을거리 이물질 신고

지난 3월 '쥐머리 노래방 새우깡' 사건이 발생한 후 시작된 먹을거리 이물질 피해신고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구 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먹을거리에 이물질이 들었다는 신고는 지난 7월까지 74건으로 대부분이 3월 이후 접수됐다. 지난해 전체 63건에 비하면 1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표 참조)

이물질이 가장 많이 나온 제품은 빵, 분유, 우유, 아이스크림, 음료수로 각 6건씩 접수됐다. 이물질 종류별로는 벌레가 16건, 쇳조각이 8건, 곰팡이가 7건 등이었다.

반면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물보상이 대부분이었고, '이물질'을 원상태대로 보존하지 않으면 그조차 받지 못했다.

김모(28·여)씨는 지난 6월 대형소매점에서 산 만두를 먹다 빨대조각으로 보이는 이물질과 쇳조각을 씹었다. 김씨는 제조업체에 치아 치료 비용 30만원과 이후 부작용에 대해 책임질 것을 주장했지만, 업체 측에서는 '이물질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터무니없는 합의 조건'이라며 팔짱만 꼈다.

◆이물질 분쟁, 안전시스템 있어야

먹을거리 이물질 분쟁은 해결이 어렵다. 현행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 따르면 신체·재산적 피해가 있으면 실비를 보상하게 돼 있지만, 입증이 어려워 금전 보상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대구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이물질과 함께 보내달라'고 얘기해도 실제로 보내오는 경우는 30%에 불과해 피해를 입증하거나 중재에 나서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합의금을 노린 '식(食)파라치'들의 등장으로 선량한 피해자들까지 협잡꾼으로 몰리기도 한다. 이모(25·여)씨는 "지난 4월 빵에서 벌레로 보이는 이물질이 나와 업체에 연락했지만, 오히려 돈을 노리는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반면 업체들은 "소비자들이 고의로 이물질을 넣어도 확인이 어려운데다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업체들에 소비자의 이물질 신고를 즉각 식약청에 보고토록 하고 있지만 언론 등을 통해 알려져야 뒤늦게 드러내는 행태가 소비자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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