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며 이명박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기 시작한 지 반년이다. 정치 지도자에게 첫 여섯 달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 기간의 성적이 임기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정에 대해 이내 떠오르는 설명은 '나비 효과'다. 나비의 날갯짓이 먼 곳의 폭풍이 될 수 있을 만큼 초기에 나온 일의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잘못 박힌 못 하나로 편자가 빠지고, 그래서 전령이 탄 말이 다치고, 전령이 지닌 중요한 정보가 싸움터의 지휘관에게 늦게 닿아 싸움에서 져서, 한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는 우화는 그 과정을 잘 보여준다.
현 정권의 초기 실패를 부른 첫 날갯짓은 무엇이었나? 가장 그럴듯한 후보는 국무총리의 권한을 줄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총리의 보좌진을 크게 줄이고 총리의 핵심 업무를 '자원 외교'로 정했다. 그런 결정엔 물론 총리에게 권력을 나누어주기 싫다는 뜻이 담겼다. 총리는 원래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대통령에게 국무위원을 제청'한다. 만일 헌법이 총리에게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이 대통령이 실제로 주었다면, 내각의 구성이 그렇게 문제적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총리의 권한을 줄인 날갯짓은 끝내 정권의 마비를 부른 폭풍이 되었고, 이 대통령도 자신의 실책을 깨달아 총리의 권한을 많이 돌려주었다.
초기의 작은 행위가 점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정권이 능동적으로 행동할 여지는 줄어든다. 비서실과 내각의 잘못된 구성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잃자, 현 정권은 반대 세력에 맞설 마음을 잃고 대통령 선거에서 시민들의 지지를 받은 정책들을 너무 가볍게 포기했다.
나비 효과는 효과적 정책이 본질적으로 적절한 시기를 고르는 일임을 가리킨다. 때를 놓치면, 좋은 정책도 효과를 낼 수 없다. 이 대통령이 '때를 놓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제 이 대통령은 과감하게 개혁 정책들을 시행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시행하는 정책들의 효과는 줄어들고 노무현 정권이 마련한 사회주의적 틀 속에 갇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개혁 조치들 가운데 비교적 쉬운 공기업 민영화에서 보듯, 현 정권의 추진력은 거의 사라졌는데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의 저항은 점점 거세진다.
어쩌면, 이 대통령은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취임해서 비슷한 개혁을 추진해온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행보에서 흥미로운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인기를 크게 잃었지만, 그는 끈질기게 개혁을 추구했고 요즈음엔 반대 세력과의 대결에서 이기고 있다. 그의 전술은 여러 개혁 조치들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이다. 그가 추진하는 개혁 조치들이 하도 많다 보니, 반대 세력들이 목표를 골라 힘을 집중하기 힘들다. 얼마 전 노동조합이 총파업했을 때, 파업의 대상이 연금 개혁인지 근로시간 규정인지 공공부문 감원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정상적 상황에선 한꺼번에 많은 일들을 벌이는 게 썩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 노동조합과 야당은 어차피 개혁 조치들을 모조리 반대할 터이니, 한꺼번에 추진해서 반대 세력이 한 목표에 힘을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사르코지의 전술을 이 대통령도 곰곰 음미할 만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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