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공원 앞 복개도로 '번개시장' 가보셨나요?

"인정은 있어도 불황은 없어요."

10일 오전 6시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 앞. 이곳에는 벌써 5년째 새벽시장이 열리고 있다. 매일 오전 5시부터 8시까지, 동 틀 무렵부터 아침출근 시간전까지만 잠깐 장이 서기 때문에 '번개시장'으로 통한다. 장이 열리는 곳은 달성공원 앞에 폭 10m가 채 안되는 달서천 복개도로. 평소에는 공영주차장과 도로로 이용되지만 이른 새벽이면 100여 개의 노점이 한꺼번에 들어선다. 달성공원 정문에서부터 적십자혈액원 삼거리까지 300여m가 노점들로 빼곡하다. 일요일은 오전 10시까지 열린다. 고물가시대 탓인지 찾는 사람으로 넘친다.

취재진이 10일 오전 찾은 달성공원 번개시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인근 서구 비산동·원대동, 중구 달성동 등에서 운동나온 주민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아침 찬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좌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발걸음이 여유로웠다. 오전 7시쯤 되자 손님들의 발길이 넘쳐나면서 마치 서문시장 같은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보였다.

달성공원으로 운동하러 나올 때마다 장을 봐 들어간다는 김정옥(65·여·서구 비산동)씨는 "인근에 서문시장이 있지만 '번개시장'에서 사면 훨씬 더 싸다"고 했다. 김씨의 찬거리는 파와 콩나물 한 봉지, 오이 4개. 세 가지를 사는 데 4천원도 안들었다고 했다. "대형소매점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지요."

번개시장에서 팔리는 품목은 수백가지다. 더덕, 도라지, 무, 파, 마늘, 버섯, 콩나물, 오이, 풋고추 등 채소류에서부터 포장이 가능한 김치와 물김치 등 밑반찬류도 있다. 돼지고기를 실은 탑차는 이동식 정육점이다. 해산물도 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5천원이면 멍게 한 소쿠리를 수북이 담아갈 수 있다. 한 켠에서는 가방, 장갑, 모자, 신발, 아동복 등도 진열돼 구경꾼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상인들은 대부분 인근 서문시장이나 팔달시장 등 다른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기 전에 '번개시장'에서 '마수걸이'를 하는 노점상들이다. 장이 파하면 상인들은 주변 정리를 하고 원래 장사하는 곳으로 옮겨간다. 이곳에서 3년째 채소 장사를 하는 한 50대 상인은 "싱싱한 물건을 싸게 판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손님들이 많이 늘고 있다. 상인들도 이문을 조금 남기는 대신 많이 파는 식으로 장사한다"고 했다.

번개시장은 5년전쯤 새벽시간에 노점 몇개가 좌판을 펴면서 시작됐지만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3년쯤 전부터다. 서문시장에서 10년째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김경수(38)씨는 "'번개시장의 규모가 3년 전에 비해 2배로 커졌다. 모두 불경기라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손님들이나 상인들 사이에 정과 여유가 흐른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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