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개막 후 맞은 첫 주말, 시민들은 대한민국 선수들의 금빛 레이스에 더위마저 잊었다.
금메달이 예상됐던 수영, 양궁이나 이탈리아와의 축구 예선전 등이 펼쳐진 10일 역과 대합실, 재래시장, 해수욕장 등에서는 응원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10일 오전 한국의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 선수가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남자 4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자 동대구역 대합실에 있던 시민들은 일제히 "와, 해냈다" 하는 함성을 질렀다. "힘내라! 힘내라!" 목이 터져라 외치던 승객들은 얼싸안았다. 대전행 기차를 예약한 한 승객은 "기차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자리를 뜰 수 없었다"며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순간을 직접 보게 돼 기차를 놓쳤더라도 아깝지 않았을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같은 시각 대구역에서도 대합실 2대의 텔레비전 앞으로 시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박 선수의 힘찬 물 가르기를 만끽했다.
올림픽의 금빛 낭보는 TV 속으로 시민들을 빨아들였다.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 역도 여자 53㎏급에서 윤진희 선수가 은메달을 따자 역대합실에서는 또 한번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기택(37)씨는 "이번 올림픽은 가까운 중국에서 열려 선수들의 컨디션에 큰 무리가 없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가 꼭 10위권 내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재래시장 상인들도 올림픽 응원에 가세했다. 이날 오후 늦게 칠성시장에서는 상인들과 손님들이 탁상용 TV앞에 모여 앉아 눈을 뗄 줄 몰랐다.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이 확정되자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시장이 떠들썩했다. 한 상인은 "내가 윤옥희 선수와 같은 예천 출신"이라며 기뻐했다.
해수욕장에도 올림픽 열기가 작렬했다. 포항의 월포, 칠포 해수욕장 등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있던 피서객들은 박태환 선수의 수영경기가 있을 무렵 해변 매점의 TV 앞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남편, 두딸과 함께 포항에 왔다는 이은정(37·여)씨는 "박태환 선수의 경기가 시작되자 바닷가가 썰렁해졌다"며 "휴양객들이 너무 기분이 좋아 바다로 뛰어들었고, 어린 아이들도 해변을 뛰어다녔다"고 전했다.
전남의 한 섬으로 여름 휴가를 떠났던 김성희(42·여·대구 달서구 월성동)씨는 "박태환 선수의 수영경기가 시작되자 여객선 매표가 늦어질 정도로 경기에 푹 빠져 있었다. 직원들도 매표소 안 TV를 보느라 표 받는 걸 깜빡 잊기도 했다"며 웃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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