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명함을 내밀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 예전에 TV방송국 기자는 "정식큐레이터로 못 들어가는 분들이 활동하는 거 아녀요?" 하며 비꼬듯이 말하기에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럼 독립큐레이터란 어떤 직업이며, 어떻게 살까?
프리랜서 전시기획자를 독립큐레이터라고 한다. 미술관에는 학예사(큐레이터를 미술관에서는 학예사라 부른다)들이 전시기획을 하고, 갤러리에서는 대체로 큐레이터들의 몫이다. 그런데 이들 미술관/갤러리 소속 스태프들이 자체적으로 기획하기 어려운 전시를 외부전문가에게 의뢰하게 되는데, 통상적으로 이들을 독립큐레이터라고 부른다.
자격증이 없으니 독립큐레이터가 되기는 쉽다. 하지만 미술관/갤러리 소속 큐레이터보다는 전문성이 뛰어나야 전시용역요청이 온다. 물론 개별적으로 전시경비를 후원받아서 자체적으로 전시회를 조직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처음에는 독자적인 전시기획을 하며 경력을 쌓은 후에 용역전시를 의뢰받게 된다.
독립큐레이터의 자질은 풍부한 현장지식과 폭넓은 네트워크의 소유에 있다.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최근 시장정보에 해박해야 하며, 무명의 재능 있는 작가를 가장 먼저 찾아내어 전시를 기획하고 갤러리 딜러들에게 소개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또 미술작가와 갤러리 딜러, 그리고 컬렉터의 사이에서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추어 어떤 일이든지 전화 한 통화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미술에 대한 전문지식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한국미술계 구조상 독립큐레이터 단일직업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개인적인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미술작가, 독립큐레이터, 평론가, 아트컨설턴트, 대학/문화센터 강사, 초청강사, 칼럼니스트 등으로 직업이 다양하다. 이렇게 하는 일이 다양하다 보니 좋은 점도 많다. 작가로서 최근 트렌드와 다양한 작품을 접한 경험들이 작품제작에 도움이 된다. 대학과 문화센터에서 강의할 때에는 현장의 생생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할 수가 있어서 학생들이 좋아하고, 재능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여 갤러리나 미술관에 소개하고 성장하는 것을 보면 보람도 느낀다. 때로는 컬렉터들의 작품구입 조언으로 좋은 결과를 낼 때도 내일인 양 기분이 좋다. 가끔씩 갤러리에서 정식큐레이터 러브 콜을 받지만 오래전부터 거절하고 있다. 대신 젊은 인재를 추천한다. 프리랜서 직업에 적응이 되었나 보다.
이런 직업에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제 장래의 꿈이 선생님처럼 되는 거예요!" 최근에 한 제자가 이렇게 고백한다. 사실 가끔 내 모습에 대한 자신이 없을 때가 많았었다. 그런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처럼 되고자 하는 제자가 있다니. 얼마나 고맙던지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다. 앞으로 좀 더 노력해서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규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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