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베이징의 불꽃, 한반도의 그늘

중국은 8월 8일 올림픽 개막행사를 통하여 중국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면서 오늘과 내일의 비전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큰 스케일과 함께 중국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소개한 개막식은 중국의 이미지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그 재능이 잘 알려진 장이머우 감독이 이끄는 중국의 공연예술팀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걸작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쓰촨성 지진의 상처와 티베트인들의 저항을 끌어안고 온갖 테러의 위협 속에서도 이처럼 성대한 올림픽게임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시 중국의 힘과 지도력을 보여주는 일이다. 내부적으로 56개 소수민족을 융합하고 밖으로 전 세계 205개 국가를 아우르는 슬로건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었다. 참으로 그럴듯한 표제이며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 세계인들의 바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처럼 듣기 좋고 보기 좋은 표제어 속에 담긴 뜻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우리가 마냥 금메달 따고 박수치는 데만 골몰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과 너무나도 밀접한 역사의 동반자이며 현실적 문물의 거래당사자이며 장래와 관련된 이해 당사국이다. 한사군의 역사에서 고구려의 역사, 삼국통일과 나당전쟁, 발해의 역사, 고려와 원나라, 조선과 명나라, 청나라와 후기조선 등 우리 역사를 기술하려면 중국을 배제하고는 불가능하리만큼 중국은 우리의 역사와 영토와 문화에 깊이 개입되어 있는 나라이다. 중국은 한·일 관계 이상으로 우리에게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은 중국인들이 지닌 전통적인 중화사상의 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중국대륙에 걸쳐 살고 있는 수많은 소수민족을 하나로 묶어서 중국적인 전통 속에 가두겠다는 것이지 티베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분리 독립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겉으로 보면 온 세계 민족이 어우러져 하나의 꿈을 꾸며 살자는 말인데 역사적으로 따져 보면 중국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땅 이어도를 자국의 나라로 편입하려는 작업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중국 국가해양국의 공식자료를 게재하는 사이트에 이어도를 자국의 영토로 소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어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시키려는 작업이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이후 중국의 동북공정 의도가 더욱 치밀하고 거세질 듯한 예고편인 것 같아 우리의 대책이 더욱 요구되는 대목이다.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일본이 독도를 자기들의 영토라 교육하겠다는 태도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역사를 선택과목으로 가르치면서 겉보기 좋은 평화주의를 가르치고 영어에 몰입하면 살길이 있다고 떠드는 것이 교육의 현실이다. 중국의 치밀한 동북공정 의도에 우리의 면밀한 대처를 지금부터 세워야 한다. 문제가 될 때면 땜질식으로 처방하는 일회성 자세로는 치밀한 중국의 대응에 우리가 맞설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국이 티베트를 어떻게 다루고 조선족의 애환을 어떻게 달래주는지를 보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에 감추어진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에서 분리주의자들의 폭탄테러로 최소한 5명이 사살되고 3명이 부상당했고, 또한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는 시위도 천안문광장에서 발생하는 등 독립을 꿈꾸는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내부의 문제들을 허울 좋은 슬로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 덮고 있다. 그것은 좋은 말이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복수를 단수로 만드는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불꽃놀이는 많은 사람의 꿈을 부풀게 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피해가는 불꽃놀이 같기도 하다.

유명우(한국번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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