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생각] 첫 방학을 맞아

걱정만 많았던 2월과 학교에 적응하느라 긴장했던 3월을 보내고 얼추 적응해 조금은 느슨했던 몇 달을 보내니 첫 방학이 왔다.

일찍 찾아온 더위 탓에 방학도 일주일나 일찍 시작한 것 같다. 방학을 시작할 즈음 또 걱정이 앞섰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달리 1개월 이상을 고스란히 집에서 가정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첫 방학을 알차게 보내나 걱정도 되지만 사실 부담이 더 컸다. 아이가 저학년인 만큼 부모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방학 동안 새로이 다른 것을 배워야 하나, 아니면 저학년인 만큼 학습지나 학원 등을 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완전히 놀게만 해야 하나 등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아팠다. 사실 요즘은 방학을 했다고 해서 완전히 노는 아이는 없다. 예전처럼 방학만 하면 시골 친척집에 가서 방학을 보내고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로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곤충들을 채집해 오는 그런 아이들이 없다. 요즘 아이들은 방학을 해도 여전히 학원에 다니고, 아니면 이런저런 연수로 바쁘다.

부모 입장에서도 저명한 연수 프로그램에 아이를 보내면 뭔가 알찬 방학을 보낸 것도 같다. 젊은 엄마들 사이엔 아이만 데리고 며칠씩 해외여행도 다녀온다고 하니 경제적인 여유만 따라준다면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꿀뚝 같다. 무엇이든 간에 부모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이번 방학은 꼭 새로운 것을 하기보다는 아이에게 방학이란 어떤 것인 지 가르쳐주고 싶었다. 단순히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규칙적이고 스스로 하는 습관을 익히는데 중점을 두도록 말이다. 우선 아이와 함께 학교에서 만든 것과는 별도로 방학 계획표를 만들었다. 하루에 30분씩 공부하기, 하루에 책 2권 읽기(한권은 혼자서, 한권은 자기 전에 엄마와 함께), 독서 통장 쓰기, 방학이라고 늦잠 자지 않기, 주말엔 무조건 열심히 놀기 등으로 계획을 짰다.

지금은 방학 3주차인데 2주차까지는 대견스러울 정도로 아이가 잘 해 주었다. 태권도장에서 축구교실이 있는데 그 날은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열심히 다닌다. 한 번은 자기네 편이 이겼다고 집에 오자마자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로 연신 자랑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빠 휴가와 가족여행으로 인해 많이 느슨해진 한주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이번 가족여행을 통해 아이가 좀더 자랐음을 느꼈다. 예전에는 남자 아이인데도 아빠보다는 엄마와 놀기를 더 좋아해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 여행 동안은 리조트에서 처음으로 아빠를 따라 사우나에도 가는 등 아빠와 많이 친해졌다. 남편도 그런 아들이 대견스러운지 보는 사람마다그 이야기를 꺼내느라 바쁘다.

다음주부터는 학교 도서관에 가서 책도 조금씩 읽고 계획한 대로 알차게 방학을 보내도록 할 생각이다.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되면 건강한 여름을 보낸 우리 아이는 더 자라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서.

천연정(동변초교 1학년 정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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