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베이징] 대한체육회 '선수마케팅' 언론과 신경전

국내에서 시청자들이 TV를 통해 베이징올림픽에 출전 중인 한국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편안히 즐기고 있는 동안 이곳 베이징 현지에서는 대한체육회와 지상파 TV 3사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사연은 이렇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올림픽부터 메달리스트들의 공식 인터뷰를 '코리아 하우스' 한곳에서만 하도록 했다. 이전의 각종 국제대회에서 방송 3사가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선수들을 경쟁적으로 낚아채다시피 해 중구난방식으로 인터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선수들의 초상권이 대한체육회에 있는데다 방송 3사 간의 공정성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게 대한체육회가 내건 이유다.

이에 따라 방송 3사 취재진은 경기장 내 공동취재구역(Mixed Zone)에서 한국 선수들에 대한 간단한 인터뷰만 가능할 뿐 공식 기자회견을 위해서는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셔틀버스로 40여분이나 떨어진 베이징 시내 왕푸징의 프라임호텔까지 가야 한다. 선수들의 충분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신문 취재진도 마찬가지다.

경기장에서 모든 인터뷰를 하던 종전 방식에 비하면 꽤나 불편해졌는데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기자 회견 장면을 내보내지 않을 수도 없으니 대한체육회의 방침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노릇. 번거로워진 방송 3사 관계자들은 수차 대한체육회에 이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지만 대한체육회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대한체육회의 변화된 방침은 스포츠 마케팅을 전공한 조재기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한국 체육만큼 수십년간 꾸준히 세계 10위권 안의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있느냐"면서 "한국 체육도 이제 국가예산에만 의존하는 단계를 지나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 자생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밝혔다.

코리아 하우스에서의 기자회견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달리스트들의 기자회견 장면 뒤에 설치된 광고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노출되는 기업들은 조 총장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직접 공식 후원사로 유치한 것이다. 메달리스트들을 통해 광고 노출효과를 최대화함으로써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대한체육회의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방안이다.

실제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삼성만이 유일하게 후원금 10억원을 출연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삼성은 물론, 현대와 SK 등 3대 기업에서 27억원의 후원금을 거둬들이는 등 모두 11개 기업으로부터 40억원에 육박하는 후원금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대한체육회는 이 후원금을 상대적으로 열악한 대표팀 코칭 스태프를 지원하는 데에 전폭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조 총장은 "이번 올림픽은 대한체육회가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 첫 대회이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진정한 자기 권리를 찾는 대회가 될 것"이라면서 "방송사들로서는 불만이 없지 않겠지만 한국 체육이 선진국 시스템으로 가는 길인 만큼 대승적 견지에서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베이징에서 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단 노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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