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베이징] 가족 선수들, 동료로 혹은 적으로

올림픽에는 각 나라 뿐 아니라 가족의 명예를 걸고 뛰는 선수들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피를 나눈 형제와 자매와 남매, 오누이는 물론 친척들까지 합세, 올림픽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더구나 같은 종목에 국적을 달리해 대결하는 난감한(?) 처지가 된 이들도 있어 더욱 화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 핸드볼의 에이스 윤경신이 동생 경민과 함께 출전한다. 독일 프로리그에서 7번이나 득점왕에 오른 윤경신은 "동생과 함께 뛰니 마음이 새롭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파우와 마크 가솔 형제는 스페인 농구 대표팀의 골밑을 책임진다. 조직력이 필수인 단체 종목에서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이들의 활약은 팀에 큰 힘이 될 전망.

미국은 태권도에서 세 남매 스티븐(남자 80kg급)과 마크(남자 68㎏급), 다이애나(여자 57㎏급) 로페즈가 금메달에 도전한다.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의 금메달 사냥에 최대 걸림돌이기도 하다. 다만 한 쪽 다리를 들고 상대를 견제하면서 공격과 수비를 펼치는 로페즈 가문의 주특기가 반칙 기술로 결정돼 이들의 금메달 레이스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태국의 배드민턴 '오누이' 분삭과 사라크짓 폰사나는 각각 남녀 단식에 나선다. 사라크짓은 세계 정상급 수준인 오빠를 두고 "용기와 자신감, 기동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선수로서 여동생을 보는 오빠의 눈은 냉정하다. 중국의 강호 장닌과 첫 경기를 갖는 사라크짓에 대해 "실력과 홈 어드밴티지까지 고려하면 내 여동생이 이길 확률은 30%"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의 지배자 '알 막툼' 가문은 사격과 승마에 가문의 일원들을 내보냈다. 사촌간인 아메드는 남자 사격 트랩과 더블트랩, 사예드는 남자 사격 스키트에서 경기를 펼친다. 여성도 예외는 아니어서 개막식 기수로 나서기도 한 '가라데 공주' 셰이카 마이타는 이번에 태권도(67㎏급)에 도전하고 라티파는 승마 개인전에 나선다. 마이타와 라티파는 사예드의 여동생이다.

반면 한 종목에서 출전해 자웅을 겨뤄야하는 이들도 있다. 여자 테니스 단식에서는 비너스와 서리나 윌리엄스 자매가 출전해 하나 뿐인 금메달을 놓고 겨룬다. 통산 전적은 동생 서리나(5승2패)의 우위. 그래도 이들은 같은 국적을 갖고 있기라도 하지만 다른 국적으로 맞닥뜨린 피붙이도 있다.

철인 3종 경기 선수인 매튜스 리드는 미국 여성과 결혼, 미국 국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옛 조국 뉴질랜드의 대표인 동생 셰인과 겨뤄야 한다. 여자 수구에서는 아테네 대회 때 헝가리 대표로 출전했던 아그네스와 에르체베트 발카이 자매 중 에르체베트가 이탈리아 배구 선수와 결혼하며 국적을 바꿔 자매간 대결을 펼치게 됐다.

베이징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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