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경비원 '힘겨운 여름나기'

찜통 초소서 24시간 근무…월급 80만원 남짓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10개월째 일하는 경비원 최모(65)씨. 그는 요즘 좁은 초소 안에서 하루종일 찜통 더위와 싸우고 있다. 선풍기에 얼굴을 대보지만 옷은 늘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24시간 2교대로 일하고 받는 돈은 80만원 남짓. 운영하던 가게를 처분하고 1년 만에 어렵게 구한 직장이라 그만둘 생각은 꿈도 못 꾼다. 그는 "좋은 자리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임금이나 노동강도, 근무환경 등 무엇하나 만족스럽지 않다"며 "생활비라도 벌면서 자식들 신세 안지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한때 퇴직자들로부터 '꿈의 직장'으로 불렸던 아파트 경비원. 그러나 이들은 열악한 처우와 근무여건에 허덕이고 있다. 용역업체들이 경비 수주를 따내기 위해 단가를 크게 낮춘 탓에 한여름에도 긴 팔 복장을 입고 일할 정도로 여건이 열악하다.

용역업체 측은 "수주 단가가 턱없이 낮기 때문에 경비원 월급을 주고 나면 업체 몫은 경비원 1명당 3, 4만원 정도"라며 "경비원들의 처우 개선은 꿈도 못 꿀 형편"이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달서구 상인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 박모(63)씨는 "격일로 24시간씩 근무하고 받는 돈은 기본급 68만9천원에 심야근무 수당을 합해 89만원"이라며 "교통비, 식비를 빼고 나면 집에 들고갈 게 별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노동부가 지난해부터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직 근로자'에 대해서도 최저임금법을 적용시킴에 따라 관리비 부담 증가를 우려한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인력을 대폭 줄이고 무인 경비시스템을 도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감시직 근로자는 최저임금 시급 3천770원의 80%인 시급 3천16원을 받게 돼 있어 월급도 종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달서구의 한 아파트의 경우 2년 전부터 아파트 무인화를 추진하면서 전체 40명의 경비원 중 3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동마다 있던 경비실을 한곳으로 통합했기 때문이다. 경비원 이모(61)씨는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면서 경비원들의 처우는 오히려 더 나빠졌다.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 월급도 오르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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