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런 식으로 공기업 개혁 마칠 것인가

정부가 어제 내놓은 '공기업 선진화 1차 계획안'은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경북관광개발공사를 비롯한 27개 기관은 '정부 지분 매각 및 민영화 대상',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통폐합', 한국관광공사 등 12개 기관은 일부 업무 기능을 떼어내 민간에 맡기는 '기능 조정' 대상으로 분류한 것이 고작이다. 이명박 정부의 개혁 첫 작품치곤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는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외쳐오다 슬그머니 '공기업 선진화'란 이름을 갖다 붙이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정부는 정권 출범 초 공기업 50여 개 민영화, 50여 개 통폐합, 30여 개 청산 등의 내용을 담은 공기업 개혁안을 마련했었다. 감사원이 모기업 임직원들의 퇴직 후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한 공기업 자회사들을 민영화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그런데 민영화 대상으로 분류된 27개 공기업 중 민영화 계획이 확정된 산업은행과 추진 중인 기업은행, 원래부터 민간기업이었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기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민영화 대상은 5개에 그친다. 정부가 매각을 추진해온 금융회사 및 공적자금 투입기업 등 21개를 민영화 대상으로 끼워넣어 숫자만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도마에 오른 5개 기업은 사실상 민영화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기업들이다.

개혁은 정부 출범 초기가 아니면 물건너간다. 공기업 개혁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국민들은 과거 경험을 통해 배웠다. 물론 공기업 민영화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방만 경영과 내부 비리 등을 일삼아온 공기업들은 수두룩하게 놔둔 채 이 정도로 손을 털면 어쩌자는 건가. 한 해 26조 원씩 공기업 지원에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해놓고 이런 식으로 끝내면 '선진화' '효율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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